새보수당, 통합신당 합류 선언은 아직...독자 공관위 구성 발표

혁통위 내부에서도 탄핵 쟁점 엇갈려..."반쪽짜리 보고대회" 비판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31일 1차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고 2월 중순까지 신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규합된 세력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반쪽짜리 국민보고대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문연대'와 '총선승리' 기치 하에 중도보수통합 신당을 추진하는 혁통위는 이날 정책 기조와 10대 과제, 운영 방안 등 신당의 밑그림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면서 혁통위 지지에 동참한 보수 성향 500여 개의 시민단체 등을 소개하며 규합 세력의 규모를 과시했다.

나아가 보고대회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 이언주 전진당 대표,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으며, 민영삼 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원희룡 제주지사, 정태근 전 국회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당과 '양당 협의' 과정에 있는 새보수당은 하 대표의 참석에도 불구하고 신당 합류에 대해 뚜렷한 선언은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보수당은 이날 당대표단회의에서 독자적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의결하는 등 '공천 로드맵'을 발표했다.

   
▲ 혁신통합추진위워회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사진=자유한국당

심지어 이날 새보수당 비공개회의에서는 일부 원외 인사들이 "혁통위 시간표에 끌려가지 말아달라", "합당만이 살 길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또 새보수당에는 연동형비례제를 고려하면 합당보다 새보수당 독자적으로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위기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우리공화당과는 '탄핵'의 쟁점으로 인해 사실상 통합 논의의 성과조차 보이지 않고 있을뿐더러 혁통위 내부에서도 탄핵 문제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강'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 대표는 이날 보고대회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 원칙을 특히 수차례 강조하며 "이를 어기자는 세력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혁통위 지지를 위해 연설한 시민단체와 예비역장성단은 "탄핵의 강은 쉽게 건널 수 있다. 단, (탄핵 찬성이든 친박이든) 지금 잘못된 대한민국을 초래한 사실에 반성하고 공개적으로 참회·반성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탄핵 책임을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 모여서 황교안 대표, 박형준 위원장 등등 무릎 꿇고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마음을 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탄핵을 염두에 둔 듯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작은 차이를 하나씩 메워나가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통합의 길이 조금씩 다가올 것"이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혁통위 보고대회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이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31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자유통일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창당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김 전 지사는 자유통일당의 당대표로 선출됐다./사진=김문수TV 유튜브 캡처

김 전 지사는 이날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며 "중도 실용주의, 타협 정신으로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없다"며 혁통위가 지향하는 '중도 개혁주의·중도 보수'와 선을 그었다.

또 자유통일당은 당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자유민주·시장경제·사유재산보호 등의 헌법적 가치와 한미동맹 강화 추구"를 넘어 "한반도 자유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혁통위가 통합과 총선을 결부시켜 '총선 승리'를 특히 강조한 것에 그친 것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혁통위 보고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한 오세훈 전 시장은 "통합되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특히 저희 지역이 그렇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지사는 "자유통일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기독교정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애국애족정신을 이념적 기반으로 한다"며 이와는 일부 선을 그은 혁통위 구성 세력과도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자유통일당 측은 "광화문 집회에는 연인원 1000만명 넘게 참석했으며 1600여개 시민단체에는 3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며 자유우파 시민단체의 결집력과 규모, 정통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혁통위의 이날 대국민보고대회와 실제로는 요원해 보이는 '보수 통합' 상황에 대해 "자유통일당 창당대회, 새보수당 독자 공관위 구성 의결, 우리공화당 독자 노선 등 결국 혁통위는 반쪽짜리 국민보고대회"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 협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라며 "경쟁과 외연 확대, 협력 수순을 거쳐 통합의 순리로 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 원로 정치부 언론인은 '보수 통합'이 사실상 초래하고 있는 '보수 분열' 상황을 두고 "나라를 잃고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차리고도 서북파, 기호파, 무장투쟁파, 외교독립파 갈려서 죽기살기로 싸웠던 민족"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특정 정치집단의 이합집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라 밖에는 중국공산당의 대붕괴가 임박해있고 한국의 경제 폭망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무지렁이들이 나라를 구한답시고 보이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편, 혁통위 보고대회에는 장기표 국민의소리 창당준비위원장, 안철수계로 알려진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장관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해 혁통위 지지 발언을 연설했다.

또 보고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와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정진경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운영위원),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대표, 주동식 전 제3의길 편집인 등 5인의 전문가가 박형준 혁통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신당 지지 및 동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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