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 생산량 전년비 8.3% 증가…공급과잉 여전
사스 발발 2003년 중국향 수출 감소..."신종 코로나 추이 지켜봐야"
   
▲ 현대제철 베이징법인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올해 '중국발 리스크'가 국내 철강업계 불황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에서 생산능력 감축을 시행하는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오히려 2012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한국으로 과다 수출되는 현상을 맞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수요산업인 자동차업계가 줄줄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철강 제품 가격과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강생산량은 9억9630만톤으로 전년보다 8.3% 늘었다. 

사상 최대 조강생산량은 물론 2012년 이래 최고 증가 폭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적자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능력 감축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매년 늘며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생산량 비중도 50.8%에서 53.3%로 확대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8% 증가폭은 굉장히 큰 편이다. 중국이 띠티아오강 등 낙후 생산설비를 폐기했지만 신설비도 새로 가동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철강사들이 양적 조정 보다 질적 개선에 집중하기로 해 올해 과잉 생산 문제가 여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철강 수요는 물론 제품 가격,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포스코 중국 법인(위)과 현대제철 중국 법인. /사진=각 사 홈페이지

포스코는 우한 공장을 비롯한 20여개의 생산 법인과 가공 법인을 중국에 두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물량 대부분은 중국 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한다. 현대제철은 중국 내 8개의 자회사를 보유 중으로 이 가운데 5개가 스틸 서비스 센터(SSC)다. 하지만 완성차업계는 공장을 중단했고 3개 현지업체로부터 전선을 공급받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3일부터 생산 불가능한 모델이 생긴다. 중국 부품사 등 공급망 문제가 확대되면 국내 공장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철강업계의 생산 속도 조절 또는 공장 휴업 검토가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중국 현지 공장 대부분을 중단한 상태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은 같이 갈 수밖에 없어 자동차업계가 가동 중단을 연장하면 철강쪽도 생산할 상황이 안 된다"며 "향후 중국 정부의 지침과 바이러스 확산 정도를 보고 공장 운영, 생산 등 계획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대기아차 완성차 판매가 잘 되지 않아 지난해 SSC 가동률은 60%정도"라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지난달 톤당 96달러를 기록하던 철광석 가격이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84.94달러로 하락한 점을 보면 제품 가격의 동반 하락은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올해 제품 가격 인상을 벼르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또 다시 인상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30%나 급등했지만 자동차·조선에 공급하는 제품 값은 올리지 못하며 '어닝쇼크'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 2003년 3월 이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가 확산될 당시 중국 수출이 감소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03년 3월 중국향 철강재 수출량은 38만8812톤에서 4월 38만6235톤, 5월 34만7975톤으로 줄었다. 

철강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대책반을 세우고 각 기업들에게 업무지속계획(BCP)과 함께 애로사항을 접수받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비상 대책팀, 의료자문위원 등 감염병 대비⋅대응 체계 조직 계획과 감염병 발생시 주요 분야의 지속을 위한 업무 현황 등을 담아 BCP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하기 힘든 단계"라며 "지난주까지 업계에 직간접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영상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재고가 있지만 전방산업의 비가동일수에 따라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