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사, 비판 여론 일자 "대한항공 덕분에 교민들 안전하게 철수"
페이스북 유저 "공무원들, 숭고한 일 한다고 착각" 일갈
대한항공 "전세기 띄우는 우리가 희생…생색은 영사가 낸다"
   
▲ 정다운 우한 총영사관 경찰 영사가 위챗에 올린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우한시 지역 교민 수송 작전 지휘차 전세기에 탑승한 것을 두고 현직 경찰 영사가 "밥숟가락만 얹었다"고 표현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후 사과글을 올렸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서 고립된 교민을 수송하기 위해 대한항공편 전세기에 올랐다. 당시 중국 항공당국이 허가를 계속해서 미루고 당초 2대였던 전세기편이 1대로 줄어드는 등 운항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조 회장은 우한행 의지를 꺾지 않았다.

조 회장의 전세기 탑승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교민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계에선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 우한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정다운 경찰 영사는 위챗 모멘트에 조 회장을 언급하며 "(조 회장이) 비서 둘 데리고 비행기에 타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타고 가 자리가 모자랐다"고 게시했다. 또한 정 영사는 이번 수송 작전에 조 회장이 참여한 것을 두고 "밥숟가락 얹으려고 했다"고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정 영사의 게시물에 대해 "조 회장은 비서를 전혀 대동하지 않았다"며 "좌석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고 즉각 반박했다. 또한 "전세기를 띄우는 것은 기업으로써도 희생을 감내한 것인데, 숟가락을 얹었다는 표현은 도가 지나치다"며 "전세기는 우리가 보냈는데 생색은 영사가 낸다"고 말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 정다운 우한 총영사관 경찰 영사가 위챗에 올린 사과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정 영사의 글에 대해 인터넷 상에는 관리를 높게 보고 일반 국민을 낮잡아 보는 공무원들의 '관존민비' 인식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자 정 영사는 부랴 부랴 사과글을 게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멘트에 올린 글이 기사화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1차 항공편 탑승 시 허리디스크 수술로 장시간 앉아있기 힘든 탑승객에게 배려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며 "그러지 못해 아쉬운 감정을 격한 상태에서 조 회장 탓을 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항공 덕분에 교민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다"며 "제 글로 고초를 겪으셨을 조 회장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정 영사에 대한 여론은 냉랭하다.

페이스북 유저 신 모씨는 "공무원들은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숭고한 일을 한다고 착각한다"며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 민간 기업과 민간인들을 하수인으로 부릴 수 있다고 여기며, 일이 잘 안 풀리면 책임도 뒤집어 씌운다"고 비판했다.

신 씨는 "전세기는 누가 띄워준 것이냐"며 "밥숟가락은 정부가 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페이스북 유저 이 모씨는 "정 영사라면 숟가락 얹을 요량으로 감염 위험지역에 자발적으로 갔겠느냐"며 "조 회장이 그럴 의도였다 하더라도 영사는 남아있는 교민에 더 신경 썼어야 했다. 조 회장의 자리를 언급한 건 오지랖"이라고 강도높게 쏘아붙였다.

의사 박 모씨는 "힘들여 밥 짓고 반찬과 국, 디저트까지 보내준 사람에게 밥숟가락 얹었다고 말하는 건 인성이 글러먹은 것"이라며 정 영사의 언행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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