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안철수에 "구태정치" 비판 일어

"안철수 맞는 얘기...현실이 어려울 뿐" 평가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번째로 정당을 창당하며 '실용적 중도'를 다시금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늘 '새정치'를 들고 나오지만 '선거철 등장→새정치 신당 창당→탈당' 등 정치적 실험과 행보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자신이 공동대표로 출범했던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이어 지난 2일 '안철수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3일에는 창당준비기구 인선을 구성했다.

그는 창당 비전 발표 자리에서 "실용적 중도정당을 지향한다"며 "작지만 유능한 정당, 당원·시민과 함께하는 공유정당, 그리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인재를 기르는 혁신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안 전 대표 페이스북

그러면서 "이 정당을 통해 일하는 정당과 국회, 일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국민을 국정의 중심에 두고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내건 '작은·공유·혁신' 3대 비전과 목표는 어딘가 낯익고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수식어휘만 조금씩 달리할 뿐 기존의 정당들도 지향하고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와 다를 바가 없을뿐더러 안 전 대표의 되풀이 구호"라는 것이 일각의 시선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 전 대표가 홀연히 나타나 '새정치'라는 것을 내세우고 당을 만드는 정치 행보는 이제 구태하다"는 지적이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작은 정당이란 안 전 대표가 왜소한 기반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수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다소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요컨대 "지금 당장은 형편이 좋지 않으니 작은 간판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이 '작은 정당'이고 '공유 정당'은 스마트폰 기능을 쉽게 활용하는 젊은층 공략, '혁신정당'은 혁신이란 말로 기존 정당들에 대한 반발심을 기대하나 그 자신은 '수구좌파' 정당에 더 기여해온 실체를 가리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특히 "'공유정당'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휴대폰으로 정당 내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것은 기존 정당들도 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3의 길은 결국 국가주의 좌파로 가는 여정"이라고 설파한 미제스의 말을 인용해 안 전 대표의 과거 정치 행보와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파 계층을 좌파 계층보다 더 많이 잠식했고, 박원순·문재인은 이를 위해 정치적으로 천진한 안 전 대표를 이용하여 우파 표를 가져가는 데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보수-진보 대립에서 중간층 유권자를 차지한 것도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2011년 안철수 전 대표가 박원수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 당초 3%의 지지율을 보였던 박 변호사는 최종 당선되어 재선을 거듭해 현재까지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에서 41.09%를 얻어 2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24.04%)와 3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21.42%) 등을 제치고 당선됐다./사진=(왼쪽)청와대 (오른쪽)서울시

실제 안 전 대표는 2011년 당시 "내가 생각할 때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 세력"이라고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을 비판하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새정치'를 표방해 소위 '돌풍'적으로 정치권에 등장했다. 요즘 횡횡하는 용어로 치면 '정권 심판'과 '적폐 청산'인 것이다.

이후에도 안 전 대표는 "정치쇄신"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한다"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 "구정치 체제의 종식 선언" "이제 양극단은 과거, 합리적 개혁세력은 대한민국의 미래로"와 같은 '새정치 구호'를 내세우며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거쳤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새정치라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 아직 뿌리 내리지 못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직 양보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정치 단체 구성 △민주당과의 합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창당 등의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아울러 그는 "실험했던 새정치가 안 되면 '탈당'하는 루트를 반복"했으며 외국행을 선택해 "매번 치열한 정치 현장을 떠나있었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또한 자신이 비판하던 '기존 정치 세력'과의 연합 이외에는 뚜렷한 퍼포먼스를 보인 적도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안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서는 "언제나 치열한 정치 현장에는 없다가 장만 서면 홀연히 나타나는 '습관성', 나아가서는 '취미생활' 같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그런 '안철수간보신당'과 같은 출범에는 피곤함을 느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진부하고 공허한 슬로건이 반복되고 또 그것이 한국 사회를 더 어지럽히는 등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실질적으로는 결국 '지분 불리기'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안 전 대표 페이스북

이같이 안 전 대표의 신당 비전이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사실 다 맞는 얘기"라는 평가도 나타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말 자체는 다 맞는 얘기고 필요하면 되풀이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현실이다. 맞는 얘기라는 것과 실제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지역 기반도 없고 또 안 전 대표가 '새정치'를 말하기엔 너무 정치를 오래했다"며 "중도가 중요하긴 한데 또 중도가 자리잡기 힘든 상황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걸 종합해보면 힘들다는 것이지 말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힘을 받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이번 4.15 총선의 화두인 '정권 심판론'에 있어서는 여전히 "안 전 대표의 지난 대선 득표율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에는 정치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10년 정치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안 전 대표는 현재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중도·보수통합 신당과는 선을 긋고 있지만 혁통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문호는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안 전 대표의 측근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혁통위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냐"며 혁통위와의 지분 '밀당' 가능성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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