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 고심 두고 "타이밍 실기" vs "회피 아닌 전략 차원"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묶여'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총선 거취와 관련해 종로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타이밍 실기에 대한 우려"와 "회피가 아닌 전략 차원"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제21대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종로 출마'를 두고 황 대표와 한국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출마하자니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빅매치' 부담이 크고, 불출마하자니 '겁쟁이' 이미지가 덧씌워질 위험이 따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당선 가능 지역구 출마설과 함께 '정치 신인' 종로 지역구 차출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여러 안 가운데 하나"라며 "공관위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당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일련의 상황에서 황 대표의 결정 지연을 두고 정치권 안팎과 여론에는 "겁나서 피하는 것 아니냐"는 프레임까지 등장해 '권위 훼손'의 우려도 적지 않다.

또한 한국당 대구경북(TK) 의원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당에 충성한 당의 텃밭 의원들이 왜 타 지역 의원보다 부당하게 불이익을 입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도 이 전 총리와의 빅매치를 회피하는 듯한 마당에 도리어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만 '물갈이' 대상이 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4일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바 있는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해 황 대표의 공천 전략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 '종로 회피' 여론이 당내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과 "두 달 남은 상황에서 단지 '상징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 대표에게 자살과 다름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 등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 A 씨는 "황 대표가 자꾸 타이밍을 실기하는 데 대해 답답해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겁쟁이'라는) 일부 여론의 분위기가 당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의 다른 핵심 관계자 B 씨는 "황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밀려서 안 나가기보다는 선거판 자체가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에서는 꼭 '회피'라고 보지만은 않는다"고 전했다.

B 씨에 따르면 현재 한국당 종로 지역구는 당협조직이 '와해된'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는 "최근까지 당협조직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잠깐 맡았다가 광진으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말 그대로 당협이 없다시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달 남은 지금부터 지역조직을 꾸려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당대표라 해도 어려운 일"이라며 "동일한 조건에서 붙어도 쉽지 않은 싸움인데 지역 조직을 두 달만에 재건해 전직 총리와 맞서는 건 누구라도 '자살행위'"라고 강조했다.

B 씨는 "한 석 한 석이 소중한 상황에서 당대표도 당으로서는 매우 소중한 자산인데, 동등한 조건이라면 모를까 상징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 대표를 등떠미는 것은 자살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정현 의원의 종로 출마와 관련해 한국당과의 사전 협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평소 이 의원 소신을 감안할 때 마지막 희생으로 총대를 맨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천 전략 구도가 복잡해지기보다는 '이정현 의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완주 여부에 대해 "'(통합신당에)합류한다, 안 한다' 표현 안 한다. 어떻게든 종로 끝까지 간다"고 답변했다. 이어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은 가정 안 한다. 종로 끝까지 간다"고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인 강효상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황 대표의 종로 출마 회피설과 TK 의원들의 불만'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강 의원은 "TK 인적쇄신은 찬성하지만 보수의 본산인 만큼 지역의 자존심과 명예는 지켜달라. '물갈이'를 하더라도 공천에 TK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TK가 황 대표와 함께 '같이 죽자'고 물고늘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는 오는 5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한국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3일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수요일(5일)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표와 당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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