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협력사 중국공장 가동 중단 여파…12일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이번 주중 현대자동차 모든 생산라인이 멈춰선다.

중국 현지에서 10일부터 생산이 재개된다는 가정 아래 12일 재가동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 마저도 현지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부품 생산을 재개해도 현대차 공장이 정상화되기까지 2~2.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모든 공장이 7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 공장별로 12일경 생산 재개를 목표로 삼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4일 노사가 공장운영위원회를 열고 중국산 부품 재고 소진에 따라 전국 공장의 휴업 일정을 확정했다.

현대차가 밝힌 일정을 보면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전주공장은 공장별로 이날부터 휴업에 돌입, 7일부터 전체 생산공장이 가동을 멈춘다. 휴업 시점은 일단 11일까지다.

먼저 지난 4일 오전 현대차는 울산 5공장 1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G90, G80, G70 생산)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어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의 2라인도 휴업에 돌입 11일까지 공장이 쉰다. 오늘 부터는 사업장별 휴업이 본격화된다.

벨로스터와 코나 등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이 휴업에 들어가고, 6일에는 투싼 및 넥쏘를 생산 중인 5공장 2라인이 가동을 멈춘다.

7일에는 △울산 2공장(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과 △울산 3공장(아반떼, i30, 아이오닉, 베뉴) △울산 4공장 1라인(팰리세이드,그랜드 스타렉스)이 휴업에 돌입해 11일까지 쉰다.

그랜저와 쏘나타 두 차종만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7~11일 공장을 멈춘다.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전주공장도 차례로 휴업에 들어가 12일부터 생산 재개를 목표로 삼았다.

이번 휴업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면서 차량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국내 협력사의 중국 현지공장이 멈추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보유 중인 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현대차 휴업이 본격화됐다.

현대차의 휴업 일정은 중국 현지공장들이 10일부터 정상 가동한다는 조건 아래 세워진 계획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휴업 결정 여부에 따라 또 다시 여파가 이어질 공산도 크다.

상대적으로 재고에 여유가 있는 기아차 역시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장 휴업계획은 없지만 생산 감축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용중이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기아차 역시 휴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도 이날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역시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중국 공장 휴업 연장 탓이다.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특근을 모두 취소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아직 공장 정상가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협력사의 파업이나 재난 등으로 부품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한 가지 부품을 협력사 2~3곳에 발주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부품으로는 타이어가 있다. 출고시기에 따라 같은 차량에서 다른 브랜드의 타이어가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 회사가 같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여러 곳에 분산 발주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타이어 회사가 파업해도 다른 타이어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이번처럼 특정 부품을 하청사 1곳에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행태가 여전히 남아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내수 및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사 1곳에 한 가지 부품 전부를 몰아주는 경우다. 주문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부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원가 절감은 가능하지만, 해당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여파가 자동차 회사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지난 2011년 유성기업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유성기업은 국내 완성차 5사에 엔진 피스톤 '링'을 공급해왔다. 기본적으로 공급단가가 1~2원 수준으로 싼, 작은 '피스톤 링'을 생산하는 만큼 납품가격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필수적이다.

결국 완성차 회사들은 이곳에 전체 물량을 몰아주면서 값싸게 피스톤 링을 공급받아왔다. 문제는 유성기업의 노사문제로 직장폐쇄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 완성차 업체들대부분이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사태로 확대된바 있다. 

이런 문제에서는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창원공장) 등이 더 취약하다.

소량생산의 경우, 또는 값싼 경차생산의 경우 부품가격을 낮출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부품 협력사에 물량을 집중해서 몰아주는 것 이외에 대안도 없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특정 협력사에 물량을 몰아줘도 대안이 존재한다. 단일차종에 1가지 부품이 문제가된다면 해당차종의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비슷한 차급의 타 차종에서 호환이 되는 부품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량생산 메이커는 그나마 호환 부품이 많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한다.

반면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은 이런 부품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곧장 생산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환부품도 없고 생산량이 적은 만큼 '부품단가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메이커들이다.

때문에 부품 전체공급 가격은 낮추면서 생산 차질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까운 일본 완성차 메이커는 이를 대비해 철저하게 발주처를 2곳으로 두고 있다.

비핵심 부품의 경우 일정 수량을 값싸게 중국산을 들여오고 나머지 물량은 일본 자국에서 생산한다.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에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동시에 1곳에 몰아주는 만큼은 아니어도 전체적인 부품공급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 경차 전문 메이커가 이런 방식을 고수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도록 국내 사업장별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핵심 기술이 필요한 부품이 아닌 만큼,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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