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소유주 자치관리 하며 '부르는게 값'…집합건물법 개정안 국회 통과
   
▲ 서울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A씨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취할 원룸을 구하며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사회초년생인 A씨는 월세 부담이 없는 방을 구하려 했지만, 월세가 저렴한 원룸의 임대인들은 관리비로 월세의 30%에 가까운 수준을 요구했다. 월세가 40만원인 한 원룸의 관리비는 14만원이었다. A씨는 “월세가 싸면 관리비를 많이 내라하니 발품 팔아 저렴한 방을 찾는 노력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원룸‧오피스텔 임대인들이 월세에 비해 관리비를 높게 부르며 세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주차비까지 20만원 상당의 관리비가 부담이 돼 결국 방을 옮기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원룸 세입자는 “한 달에 10만원 이상 씩 내는 관리비가 어떻게 계산된 건지 모르겠다”며 “가스도 안 쓰고 집에 있는 시간도 적은데 계약이 끝나면 전기세 명목으로 한 달에 1만원 정도 더 지불해야한다”고 말했다.

원룸‧오피스텔 등에 적용되는 현행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관리인은 관리비 내역을 건물 소유자에게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합건물법은 오피스텔, 상가 건물 및 주상복합과 같이 한 동의 건물이 여러 부분으로 구조상‧이용상 독립돼 사용되는 건물에 적용된다.

특히 원룸‧오피스텔의 관리비는 민사특별법이 적용돼 소유주 등이 사적으로 자치관리 한다.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특별한 감독이나 감사도 없다. 그러기에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정해 부과 내역을 알 수 없고 부과 기준 또한 불분명한게 대부분이다.

서을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월세 30만원에 관리비 12만원으로 책정된 한 원룸에 대해 “관리비도 지역 시세처럼 특히 더 비싸게 받는데 가 있다. 이 지역이 그렇다”며 “수도세, 인터넷 비용, 청소비 등으로 쓰이는 비용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내달 10일부터는 수입금액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사업자도 2주택 이상 소유하고 있거나 보증금 합계가 3억원을 초과하는 동시에 3주택 이상 소유하고 있다면 수입금액 등 사업장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의무가 있는 주택임대수입에는 월세와 관리비가 합산된다. 따라서 월세를 높이는 대신 관리비를 낮추더라도 주택임대사업자가 신고해야 할 금액의 액수는 같다.

그럼에도 임대인들이 관리비의 비중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임대인들이 매물의 월세는 부동산이 요구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임대수입은 주변 시세를 쫓아가느라 쓰는 편법”이라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개인들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원하는 조건과 임대인이 내놓은 매물을 조율하며 임대인에게 월세를 낮출 것을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 부동산 중개 시장은 임대인이 갖고 있는 매물을 2명 이상의 중개인이 공유하고 알선하는 공동중개계약으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인들의 세입자 유치 경쟁이 심해지며 위와 같은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원룸‧오피스텔과 달리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 지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이나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시장정보' 앱 등을 통해 조회‧비교해 볼 수 있다.

관계부처도 주먹구구식의 월세‧오피스텔 관리비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을 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오피스텔‧상가‧주상복합 건물의 회계감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을 통해 기존의 임대인이 부르는 게 값이던 식의 관리비는 매년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게 된다. 50세대 이상의 집합건물은 의무적으로 관리비 장부를 작성‧보관해야 하며 관리비 내역 또한 세입자에게 공개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월세 관리비의 경우에는 통계도 부족하고 시장이 음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투명성 개선은 오래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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