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친환경센터 활성화 시도...포퓰리즘 무상급식 점차 정치화

최근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해 직영급식의 폐해와 부실급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학교시설 보수나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뒷전으로 밀려나 안전사고의 위험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7일 ‘친환경-무상’이라는 함정:학교급식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 학교급식 운영시스템과 안전한 식재료 제공, 급식예산의 효율화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교급식 관련 선택권은 학교와 교육수요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학교급식의 정치화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교육의 정치화가 학교급식-먹거리의 정치화로 번지고 있다. 4년 전 선거 쟁점으로 띄워졌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나 예산낭비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무상급식을 주창했던 이들은 아이들 먹거리를 정면에 내세우고서 뒤로는 무상급식에서 파생되는 특권과 전횡을 휘둘렀다.

일명 ‘친환경-무상급식 마케터’들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각종 위원회를 장악하고, 그 센터는 식재료 공급-배송 업체 선정권을 쥐고 일부 업체들을 위한 독점 구조를 만들었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은 학교급식 농축산물 식자재의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우선 이용을 권장해 센터의 비대화를 측면 지원했다. 센터는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해 학교로부터 부당 수익을 얻고, 학교급식 수수료 수입을 센터의 부대행사비 등으로 지출했다.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이라고 외쳤던 이들의 본 모습이다.

지난 5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식자재 안전성 검사 부실, 센터의 불합리한 공급-배송 업체 선정 구조, 부당 계약 체결, 센터 직원의 비리 혐의 등이 적발됐다. 이후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에서 지적된 센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나 교육청 모두 묵묵부답이다.

조희연 교육감, 왜 센터 활성화에 나서나?

이런 상황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곧 서울시교육청 내 학교급식위원회를 열어, 학교에 급식 식자재의 센터 이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센터의 수의계약 범위를 다시 2000만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시행했던 센터 지원방식을 그대로 좇는 것이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수는 ’11년 513개 ’12년 780개 ’13년 867개로 계속 증가했다. 물량 처리량이 늘자 센터도 시설 규모를 확장해 제3센터 건립까지 진행됐다. 문제는 올해 1학기 기준으로 이용 학교 수가 39개로 급감해 센터 하나 물량도 못 채우는 실정이다. 센터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책임의 화살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센터 부활시도는 일종의 박원순 시장 구하기라 볼 수 있다.

친환경’‘무상급식마케팅으로 재미봤던 진보세력에게도 센터의 내리막 현실은 치명타다. 청정무구한 친환경용어에 작은 흠집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센터 내 위원회를 장악했던 각종 급식단체, 농산물 관련 단체, 좌파 인사들의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친환경-무상급식의 고지인 셈이다.

   
▲ 지난 5월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등의 단체 주최로 열린 '서울시 친환경 급식 농약 검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식판 모양의 피켓에 농약 뿌리는 포즈를 취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학교에 급식 관련 권한 되돌려줘야

(1)공급-배송 업체 선정 권한

1990년대 들어 학교급식 확대가 이뤄지고 학교급식을 위탁운영 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이 개정됐다. 2006년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가 터지자 기본적으로 직영급식을 운영토록 하는 내용으로 법이 바뀌었다. 직영급식으로 학교장이 급식을 직접 관리-운영하고 식자재의 선정-구매를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가격결정과 공급-배송 업체 선정 권한을 갖고 있어, 학교는 센터가 부르는 가격으로 지불하고 센터가 지정한 배송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센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학교장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22식재료 등의 조달방법 및 업체선정 기준에 관한 사항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돼있다. 센터 이용을 반강제적으로 권하는 교육청은 센터의 독점적 행사를 편드는 것은 물론, 학교급식법 위반에 가까운 행위를 벌이는 것이다.

독점적 공급-배송체계를 깨고 경쟁구도를 형성해 학교에 선택권을 줘야 한다. 센터가 업체들을 선정하고 학교에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학교 또는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학교그룹이 경쟁업체들 중 신뢰하는 곳들을 선정해 센터에 알리고 센터의 역할은 그 업체들이 공급하는 식자재의 안전성 검사, 원만한 물류 유통에 치중해야 한다.

(2)급식의 직영, 위탁 선택권

학교급식을 직영, 위탁 중 어느 것을 할 것인지는 학교가 선택해야 한다. 학교급식법에는 업무위탁을 하려면 미리 관할청의 승인을 얻으라고 명시돼있다. 직영급식 이후 급식종사자들의 노조가 결성되고 특성상 노조의 입장과 맞닿은 이념세력이 연계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들린다. 직영에서 위탁으로 바꾸는 것은 급식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와 연결되므로 교육청 특히 진보교육감이 있는 곳은 거의 힘들 듯하다. 결국 직영이냐 위탁이냐 문제도 학교가 결정권을 갖는 게 아니라 교육감 이념에 달려있다.

식중독 사고도 위탁급식이어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사고가 위탁업체의 경우 더 떠들썩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 인천의 10개 학교 1000여 명이 급식으로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위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다. 위탁업체가 운영 노하우를 더 갖추고, 대량으로 낮은 단가로 식자재를 구매해 급식의 질을 오히려 더 높일 수 있다. 직영, 위탁의 선택은 학교가 하면 된다.

(3)식자재의 친환경 비율 결정

친환경용어에 호들갑을 떠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친환경이어야 안전한 급식이라는 등식은 잘못 됐다. 한정된 급식비에서 가격이 높은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재료의 선정-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이유로 부실한 급식은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상급식 주도자들은 정부예산을 늘려 급식 단가를 인상하라 주장하나, 현재의 무상급식 예산으로도 교육예산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 친환경 식자재 비율을 50%로 낮췄던 것을 조희연 교육감이 다시 70%로 확대하려고 한다. 친환경 사용비율까지 교육청에서 지정하는 건 학교급식 운영 책임자인 학교장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다. 무조건 친환경 사용비율을 고집하기보다는 안정된 급식과 전체적인 급식의 질 제고에 맞춰 급식이 이뤄져야 한다. 친환경 식자재 비율은 식자재 가격이나 학교규모 등을 반영하여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이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7일 개최한 ['친환경-무상'이라는 함전:학교급식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