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바짝 뒤를 쫓아 계속 초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여론조사에서 보였던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강 구도가 완전히 깨진 것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96% 개표 기준에서 26.4%를 득표하며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25.7%를 득표해 초박빙 승부를 펼쳤다.

3위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8.3%, 4위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15.8%다. 12.2%의 득표율로 5위를 차지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이하 후보는 1차 투표 대의원 확보 컷오프 선인 '1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30대 동성애자와 70대 사회주의자로 좁혀진 2파전 전개가 비주류가 주류를 압도하는 이변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는 38세 성소수자에다 전직 시장 출신인 부티지지가 정치 관록을 자랑하는 일명 ‘70대 트리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조 바이든과 맞붙었다. 

   
▲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부티지지 홈페이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가장 젊은 부티지지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를 거친 엘리트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자신에 대해 “유일한 좌파 성향의 몰타계, 미국인, 성공회교도, 성소수자, 밀레니얼 세대, 참전군인”이라고 소개했다.

부티지지는 2012년 29세에 출생지인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으로 취임해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버드와 옥스포드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매킨지&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후 2009∼2017년 미 해군 예비군 정보관으로 복무했다. 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기도 했다. 2015년 6월 커밍아웃을 하고 3년 뒤 현 남편인 교사 채스턴 글래즈먼과 결혼했다.

2위인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내 유일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78세 최고령 후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 출생)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최저임금 인상,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 무상교육, 부유세 신설 등 급진적인 공약들이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부티지지 전 시장이 민주당 경선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말 TV토론이 계기가 됐다.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이 진보적 정책을 설파할 때 부티지지 전 시장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11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선전하자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그를 토론회 승자로 뽑았다. 같은 달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를 받으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3강’을 제쳤다.

하지만 미 언론은 “경선에서 성소수자 후보가 선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부티지지의 이변이 돌풍으로 이어질지 뉴햄프셔(11일), 네바다(22일), 사우스캐롤라이나(29일) 등 초반 4개주 경선을 마쳐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백인이 많은 아이오와에서 승리했지만, 후반 3개주는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부티지지는 일각에서 ‘백인 오바마’ ‘제2의 오바마’로 불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만큼 뛰어난 화법과 연설 전략, 또 중도 온건의 정치 지향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좌편향된 전략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처럼 부티지지는 민주당 지지 중도파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앙정치 경험이 없고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아이오와 민주당은 지난 3일 오후 8시(동부표준시간 기준) 대선 경선을 실시했으나 개표결과 보고용 앱에 기술적 오류가 발생해 만 이틀째 최종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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