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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사회풍자 아닌 세상 갈아엎자는 메시지
엽기적 설정에 최악의 막장…그게 불편한 진실
감독 봉준호의 뒤틀린 反자본주의 마인드가 문제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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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2-07 10: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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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세상이 다 아는 봉준호 영화 '기생충'의 스토리는 이렇다. 블랙코미디이고 사회풍자라니까 그러려니 했던 걸 다시 더듬어보면, 그게 얼마나 뒤틀린 엽기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20대 아들 딸을 포함해 부모까지 몽땅 백수인 송강호(기태 역)네 반지하집 가족이 스토리의 중심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아들이 학력위조로 IT업체 박 사장 딸을 가르치는 과외교사로 들어간다. 그걸 계기로 운전기사(아빠), 가정부(엄마), 미술 교사(딸) 등 온 가족이 그 집에 사기취업에 성공한다. 그 전에 일하던 사람은 다 내쫓아냈는데, 알고 보니 그 집엔 묘한 비밀이 있었다. 전 가정부가 자기 남편을 박 사장 집 지하에 몰래 숨긴 채 부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엽기적 설정이야 알레고리라니까 치자. 이 상황에서 송강호네와 전 가정부 부부는 주인이 없는 틈에 죽고 사는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 그 막장 스토리를 채 파악 못한 박 사장이 야외 파티를 벌이는 틈에 세 가족이 엉킨 무서운 싸움은 무려 4명이 죽는 연쇄살인극으로 치닫는다. 

봉준호, 당신의 악마적 재능

송강호의 딸, 전 가정부와 그의 남편이 상대가 휘두른 칼과 완력에 차례로 죽는다. 그게 다가 아니다. 흥분한 송강호는 평소 자기 몸에서 반지하층의 냄새가 난다고 혼잣말을 했던 박 사장의 가슴팍에 식칼을 꽂아 넣어 '계급투쟁의 복수전'을 완성한다. 생지옥도 이런 생지옥이 없다. 급기야 송강호가 박 사장 집 지하에 몸을 숨기는 것으로 영화는 일단 마무리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사이의 대립은 지상의 사람과 지하의 사람으로 고착된다는 암시일텐데, 고약한 건 살인공범인 송강호 아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버지,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아무리 봐도 그건 세상을 갈아엎자는 섬뜩한 다짐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기생충' 스토리는 이게 전부다. 엽기적 사기취업에 연쇄살인 그리고 거기에 숨은 지독한 반사회적 충동…. 물어보자. 이런 게 사회풍자인가? 나는 그걸 봉준호식 반(反)자본주의 마인드의 결정판이라고 본다. '설국열차', '괴물'에서 보여줬던 뒤틀린 상상력과 좌빨 본능 말이다. 영화 만드는 잔재주가 있으면 뭘하나? 끝내는 그게 사회의 파국을 재촉하는데….

   
▲ 영화 '기생충' 포스터.

설사 그게 블랙코미디가 맞다면, 스토리가 달랐어야 했다. 영화 뒷부분을 지하실 두 가족이 합세해 박 사장 가족을 골탕 먹이는 정도의 귀여운 사기극으로 마무리했어야 옳았다. 봉준호는 그걸 거부한 채 살인극 피바다로 떡칠했고, 영화를 프롤레타리아혁명의 전주곡으로 만들었다.

찜찜한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송강호네와 전 가정부 부부는 성격이 판이하다. 전 가정부 부부는 기생충으로 살지만 그래도 집주인에게 결코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봉준호는 그런 '덜 떨어진 프롤레타리아'에게 분연코 죽음을 선사한다. 왜 이런 미친 짓인가? 그게 무얼 뜻할까? 계급적 각성을 은밀하게 촉구하는 숨겨진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 부자 기업인을 상징하는 박 사장네 가족은 결과적으로 완전 몰락했다는 점이다. 착한 CEO 박 사장은 이유 없이 죽임을 당했고, 부인(조여정)도 존재 자체가 없어졌다. 심약하고 어린 아들은 인디언놀이에 코 박을 뿐이고, 결정적으로 여고생 딸은 살인공범 기우를 등에 업고 도망친다.

복거일 책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부자와 기업인이 가난한 자의 세계에 완전투항 내지 함몰한 것인데, 그게 바로 봉준호가 그리는 미래라고 나는 판단한다. 좌빨들이 말하는 결과적 평등까지 이룬, 다 함께 가난한 대한민국 말이다. 이런 해석이 좀 지나치다고? 아니다. 이 따위 영화에 거품을 물어온 수천 개의 엉터리 리뷰보다 내 해석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기생충'은 웰 메이드(well-made)가 맞다. 단 '영화로 포장된 독극물'이란 판단엔 변함없다. 지구촌 화두인 사회양극화를 소재로 그토록 집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이 나라의 소망대로 다음 주 미 아카데미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건 결코 한국문화의 자부심이 아니다. 그 정반대다. 세계문화의 타락을 이 영화가 견인하고 있는 꼴이다. 실은 '기생충' 따위가 내 관심은 아니다. 한국영화 전체와 우리 문화풍토가 문제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영화는 이미 독극물이다. 영화 대부분은 "이래도 대한민국이 반칙-특권이 판치던 더러운 나라였다고 믿지 않을래?"만을 반복해 묻는다. 

뿐인가? 영화 장르를 포함한 문화-교육-언론이 한꺼번에 병들었다. 그래서 아찔한데, 주제를 좁혀 말하자면 '기생충'은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이 나라의 개돼지 대중들에게 계몽할까하는 오랜 숙제를 우리에게 재확인시켜준다.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는 복거일의 책(삼성경제연구소, 2005년) 제목이기도 한데, 그 책 머리말을 헛똑똑이 봉준호에게 들려주는 걸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근년에 우리사회에선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거센 물살이 되었다. 활기찬 자본주의 체제 덕분에 우리사회가 한 세대에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사정은 반어적(反語的)이지만, 우리는 그걸 느긋한 마음으로 음미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러기엔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은 우리의 안녕과 복지에 너무 큰 위협이다. 위협은 자본주의를 힘차게 변호하는 사람이 적다는 사정 때문에 한결 커진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60여 년 전 아프게 지적한 것처럼, 자본주의 혜택을 입고 앞장서서 자본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변호해야할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이상과 이익의 깃발 아래 싸우지 않는다. 대신 기회가 날 때마다 타협하고 투항한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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