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기성용(31)이 K리그로 돌아오려 한다.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10년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서 뛰었던, 전 국가대표 캡틴이 자신의 프로 데뷔 무대였던 K리그로 복귀한다면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만만찮은 암초에 부딪혔다. 친정팀 FC서울과 기성용의 '관계'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기성용은 1월 말로 뉴캐슬과 계약 해지를 했다. 올 여름까지 계약이 남아 있었지만, 주전에서 밀려나 출전 기회가 거의 없던 기성용을 뉴캐슬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어줬다.

기성용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그가 유럽, 중동, 중국 등 다른 리그를 택하지 않고 K리그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선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전북 현대가 기성용의 행선지로 부각됐다.

무난할 것 같던 기성용의 K리그 유턴에 걸림돌이 나타났다. 친정팀 FC서울이 기성용의 국내 복귀시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으며, 다른 팀으로 갈 경우 상당한 액수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성용은 2006년 FC서울에서 프로 데뷔한 뒤 2009년까지 뛰었다. 일찍 기량을 꽃피운 기성용은 2009년 12월 셀틱FC(스코틀랜드)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FC서울은 그가 국내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뒀다. 그게 바로 우선협상권과 위약금이다.

기성용이 국내 복귀를 결심했으니, 약속에 따라 일 처리를 하면 된다. 기성용은 FC서울과 우선협상을 해야 한다. 실제 그렇게 했다. 지난 1월부터 기성용과 서울 구단은 입단 협상을 했다. 그러나 구단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해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성용 측은 FC서울과 협상이 잘 안되자 전북 현대와 접촉했다. 전북 구단과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북 측은 기성용과 서울의 우선협상권과 위약금 문제을 뒤늦게 알고 일단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자 FC서울을 향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팬들의 비판에는 타당한 부분이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국가대표 주장 경력의 기성용에게 서울 구단이 적정 몸값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기성용은 친정팀 서울에 대한 애정이 많았는데 막상 복귀하려니 서운한 대접을 했다. 기성용이 다른 팀(전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1차적인 책임이 서울 구단에 있는 셈이다.

FC서울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기성용의 해외 진출을 허용할 당시 구단이 큰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선수의 장래를 위해 길을 열어줬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위약금은 당시 구단과 선수간 약속한 사항이었다. 기성용이 국내 복귀하며 다른 팀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위약금을 물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성용이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국내 다른 팀에 입단하거나, 아예 K리그 복귀 대신 다른 나라 리그로 갈 경우 FC서울은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FC서울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해졌다. FC서울은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명문 클럽이다. 그런데도 최근 수 년간 소극적인 선수단 운영으로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내 전력이 약해졌고, 이번에는 돌아오겠다는 기성용을 제대로 품지 못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기성용은 뉴캐슬에서 주전을 차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를 뛰었던 기량과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의 스타 플레이어다. 기성용에게 FC서울 유니폼을 다시 입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게 하는 것과, 위약금을 받고 다른 팀에서 뛰게 하는 것과의 차이를 생각해 보라.

FC서울의 결단이 K리그 흥행에 훈풍을 부를 수도, 찬바람을 일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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