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아시아나 '운항정지' 탄원서, 정상화안간힘 경쟁사 상처에 '소금'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경쟁사간에도 최소한의 상도의(商道義)가 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기위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시장우위를 위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쟁은 페어플레이를 수반해야 아름답다. 불공정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것은 볼썽사납다. 고객들도 그런 비열한 기업을 외면할 것이다. 온당치 못한 경쟁사 죽이기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다.

라이벌이 어렵고 힘들 때, 불행을 가중시키는 증오의 화살을 쏘아댄다면 어떻게 될까? “경쟁사 죽이기가 도를 넘었다”고 따끔한 충고를 할 수도 있다. 경쟁은 하되,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기위한 동반상생은 필수적이다. 라이벌이 어려울 땐 손을 내밀어줄 때도 있다. 그런 포용과 배려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간항공사들이다. 대한항공이 먼저 출발해서 글로벌 항공사로 부상했다. 아시아나도 80년대후반 후발주자로 나서 대한항공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고 있다.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동반성장했다. 항공노선 배정등을 놓고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들은 양대 항공사가 혁신과 고객만족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항공사로 지속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양사가 항공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최우수항공사 등급 판정을 받을 때마다 박수를 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항공시장 침체를 극복하기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채권단과의 협의하에 재무구조개선, 매출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위기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대 항공사의 선의의 경쟁을 어렵게 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대한항공 노조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비상착륙사건과 관련, 국토교통부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보낸 것. 국토부는 조만간 이 비상착륙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대한항공노조는 아시아나에 대해 ‘운항정지’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조종사 과실로 적지않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낸 데 대해 면죄부를 받는다면 누가 항공안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훈련을 하고,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느냐”는 이유를 댔다.

노조가 경쟁사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시아노조는 이에앞서 조종사및 승무원들 연명으로 국토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바 있다. 대한항공노조의 행태는 금도(襟度)를 벗어난 것이다. 경영정상화에 몸부림치는 경쟁사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측은 이번 노조의 탄원서는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 아시아나의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비상착륙과 관련해 대한항공 노조가 운항정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의 탄원서 제출은 대한항공 회사와는 상관없다고 한다. 노조의 이같은 행태는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는 준워크아웃에 돌입 후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에 분투중이다. 대한항공 노조의 탄원서는 경쟁사가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이 지난 5월 세계최대 여객용항공기인 A380를 도입하면서 인천공장 계류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고는 언제든지 불시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한항공에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아시아나 노조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대한항공 노조의 이번 탄원서는 경쟁사를 벼랑끝에서 밀어버릴 수 있는 냉혹한 행태로 비칠 수 있다. 경쟁사 죽이기로 보인다면 국민들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사가 어려울 때 돕지는 못할 망정 위로의 말이나 악수를 건네는 게 인지상정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경쟁사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곱앂어봐야 한다.

아시아나가 운항정지라는 엄중처벌을 받을 경우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인천공항~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연간 17만명을 수송하는 핵심노선이기 때문이다. 이 노선의 승객은 70%가 외국인들이다. 운항정지가 되면 외국승객들에게 아시아나의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지난 92년이후 어렵게 구축해온 미국 현지 판매망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영업의 주력노선인 미국영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미주노선은 화물과 여객운송 등을 포함해서 아시아나 연간 매출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나 미주노선 매출은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14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수많은 미국 교포들이 애용하고 있다. 운항제재가 내려질 경우 교포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미주지역 7개 교민단체들은 서승환 국토부장관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외국항공사가 어부지리를 취하게 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인천공항~샌프란시스코노선에는 아시아나외에 대한항공, UA, 싱가포르항공 등이 운항중이다. 아시아나의 날개가 꺾이게 되면 UA와 싱가포르항공이 반사이익을 거두게 된다.

세계각국은 자국항공사에 대해 국제선 운항정지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국적사로서 국가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각국마다 자국항공사를 보호하고, 동시에 국가적 이익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2000년 알래스카항공이 88명의 사망사고 때 벌금 88만달러를 부과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비상착륙 사건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항공기만 1200억원의 피해를 봤다. 여기에 각종 보상금등을 포함해 총 3000억원가량의 손해를 기록했다. 보험료인상으로 재무적인 부담도 컸다. 만약 3개월 운항정지가 내려지면 매출액은 320억원 감소하게 된다. 운항정지기간을 전후한 매출도 300억원이 추가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인한 손실이 총380억원에 이르게 된다. 재무구조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온 아시아나에는 심각한 주름살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일외교 갈등에 따른 고객수요 감소, 물동량 감소 등으로 지난해 14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채권단과 협의하에 준워크아웃에 들어가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운항정지라는 가혹한 제재를 받을 경우 부실확대로 채권단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대한항공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높아진 부채비율을 줄이기위해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S-OIL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무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대 항공사 모두 재무구조 개선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항공법은 이같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고려해 항공사에 대해 운항정지 대신 과징금 납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나에겐 과징금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가 항공사 운항사고에 대한 일벌백계를 위해 운항사고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비상착륙에 대한 사고원인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미국 항공당국(NTSB)은 자국이익 보호차원에서 조종사 과실로 몰아갔다. 아시아나와 한국정부의 주장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강대국의 자국이기주의에 치우친 편향 조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측은 인적 과실외에 속도보호 기능 결함 등 복합적인 요인이 비상착륙을 초래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의 행정 처분시 정상참작돼야 이유도 많다.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구조로 전체 승객의 99%가 무사히 구조됐다.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을지훈련 국무회의에서 아시아나의 신속한 사고수습을 높이 평가했다. 박대통령은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고 재산을 지키는 가장 큰 자산은 연습과 반복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 사고 때 신속하게 인명구조가 이뤄지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반복된 훈련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사아나는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위한 안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신뢰하고, 정부도 선처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다행히 아시아나는 최근 안전관련 조직확충과 예산 확대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전보안실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필요한 안전인력을 늘리고, 정비역량을 강화하기위해 자체정비 계획물량은 외주로 전환시켰다. 화물기 정비시간 확보를 위해 가동률도 축소했다. 올해 안전관련 추가투자비만 386억원을 쓰고 있다. 일본의 안전전문가 야마무라 부사장을 영입, 안전문화 혁신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시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국익도 감안하고, 외국항공사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줘 국부가 빠져나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사의 정상화를 돕는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

대한항공 노조는 경쟁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가혹한 행태는 거둬들여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경쟁사 노조원들을 배려해서 오히려 선처를 해달라고 탄원서를 보낸다면 어떨까?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국민들도 대한항공 노조의 상생정신에 통큰 박수를 칠 것이다. 대한항공 사측도 이런 노조를 설득하면 금상첨화다. 후발 경쟁사가 어려울 때 상처를 주지 말자며 대승적 협조를 당부한다면 맏형다운 포용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