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서와 의원 개인 능력 고려해야" 목소리도

"말로만 보수의 본산, 실질적으로는 대구 입김 줄여..."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의원의 대폭 물갈이가 전망되는 가운데 TK 의원들이 정치권에서 떠도는 'TK 살생부 명단'으로 동요하고 있는 눈치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권에서는 지역의 정서와 의원 개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선별적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TK 지역 의원이 최대 70%까지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TK 의원들은 황교안 대표 등을 비판하며 이른바 'TK 물갈이론'에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고 나섰다.

경북 안동에서 3선을 한 김광림 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철만 다가오면 근거도 설명도 없는 물갈이론에 'TK가 봉이냐'는 말이 지역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며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 때는 이유와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돼야 한다"고 공천관리위원회와 황 대표를 향해 작심발언을 했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신년 첫 행선지로 보수의 텃밭인 TK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통 보수층 민심을 규합해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로 풀이되기도 했다./사진=자유한국당

앞서 TK 의원들은 지난 4일 황 대표가 '대구경북 민심 달래기'를 위해 마련한 오찬 자리에서 "TK가 당의 식민지냐" 등의 거친 말까지 하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당 공천 배제에 TK가 표적이 된 이유는 지역 의원 다수가 이른바 '진박'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정가와 여론의 시각이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2008년 당권을 장악한 친이계의 '친박 대학살'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와 함께 "당권을 장악하거나 득세한 계파 세력이 상대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는 듯한 모양새와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권 장악의 산물이 공천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 인선을 보면 한국당 주류와는 색깔이 다른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있는 데다 김형오 위원장을 비롯해 좁게는 'PK김무성계' 넓게는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TK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TK 무차별 물갈이'에 대한 지역 의원의 반발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선별적 물갈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한국당의 '주 공격수'가 다수 TK 의원이었던 만큼 개개인의 능력과 지역의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왼쪽부터) 강효상 곽상도 송언석 한국당 의원./사진=자유한국당 연합뉴스 송언석 의원 블로그
특히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전투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공격력을 갖춘 의원들이 재선되어 국회 각 상임위원회 주요직을 맡아 당의 '주포' 역할을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가령 초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강효상·곽상도·송언석 등 의원들은 지난해 '조국 사태'나 전반적인 국정감사에서 한국당의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다. 만약 이들이 재선되면 상임위 간사직을 겸할 수 있고 그것이 한국당으로서도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TK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공천 물갈이 대상이 되는 것은 핵심 지지 텃밭인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볼멘소리를 자아낸다. 또한 TK 물갈이는 당의 '스타' 부재라는 결과도 초래해 한국당에도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총선 때마다 항상 TK가 물갈이 대상이 되는데 대구 중진들은 죄다 컷오프시켜버리고 초재선의원들밖에 남기지 않으니 대권 후보도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치권에서 대구의 입김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것 때문에 지역 식자층 사이에서 불만이 크다"며 "'보수의 본산'이라고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는 전혀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황교안 대표는 2020년 새해 첫 지방 행선지로 포항을 방문해 아직도 지진 피해 이주민 이주단지와 이재민 대피소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재민들을 격려했다./사진=자유한국당

그러면서 "투쟁력도 중요한 자질인데, 인적쇄신도 좋지만 그래도 당을 위해 헌신했던 의원은 남겨놔야 21대에서 앞장서서 싸우는 의원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투쟁력 높은 의원들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회복할 수 있고 '웰빙정당' 오명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TK 인적쇄신은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과거 '친박'계로 국회에 입성해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하거나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다.

또한 20대 대구경북 의원들을 이른바 '진박'과 '이한구 키즈'로 분류해 2016년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에서는 TK 물갈이를 찬성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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