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질 줄 알면서도... 꼭 승리해야만 감동 아냐"

"안하는 것보단 낫다...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좋은 결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돌고돌아'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례가 없다는 '여야 국무총리 출신들' 간의 야권심판 vs 정권심판 빅매치가 성사됐다. 다만 황 대표의 장고 끝 종로 출마 결정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정권, 부패정권, 오만정권의 심장에 국민의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며 4.15 총선 종로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사진=자유한국당

그러나 생각보다 길어진 그의 '오랜 고민'과 종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출마 선언이 아니라 징집영장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여론의 압박에 황 대표가 '등 떠밀려 나왔다'는 뜻이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만시지탄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며 전체 선거 국면과 총선 성격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 장외 규탄대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뒤 중진들을 향해서도 동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도록 황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겁쟁이' 프레임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 전체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며 일각에선 "이젠 종로에 출마하든 다른 옵션을 선택하든 다 늦어버렸다"는 한탄이 새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저희 당과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고 했던 황 대표는 '종로 출마와 불출마 중 택일'하라는 공관위의 최후 통첩이 전달되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종로 출마 결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가 장고를 거듭한 데에는 종로가 여야 어느 곳에서도 독점하지 못한 험지인 데다,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와 2위인 황 대표의 격차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체감했을 황 대표로서는 불출마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그가 뜸들이는 사이 '회피' 또는 '겁쟁이'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타지역구 출마나 비례대표 방안을 택하기엔 당 전체의 사기 저하는 물론 권위의 심각한 훼손이 예상되는 터였다.

   
▲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3일 광화문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바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신율 명지대 교수는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심을 두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며 "야권 지도자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고 본인 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있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본인은 고민이라고 얘기하지만 여론은 이미 '결단력 결핍' '우유부단'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고민은 말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해 "노 전 대통령은 질 줄 알면서도, 깨져가면서도 부산·종로에 다 출마했었다. 그가 결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감동'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은 꼭 승리해야만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대표의 장고 끝 결정에는 야권 전체로 봤을 땐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황 대표의 결정에 "분명 타이밍은 늦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이고 결단이고 '폼'"라며 "곧 죽어도 당당함을 잃으면 안 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비웃음을 사게되는 순간 정치는 끝나는 것"이라고 황 대표의 뒤늦은 결정을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며 "유승민과의 대통합에 미련두지 말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진짜 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도 강 교수와 같은 맥락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결정이 더 빨랐으면 좋았겠다"라면서도 "잘한 결정이라 보고 전체 선거 국면을 끌고 가고 총선 성격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황교안 대표가 7일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이어 김 원장은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보고 오히려 총선의 성격을 명확하게 대비시켜 '경쟁 구도'를 끌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같은 보수 진영에서 황 대표보다 먼저 종로 출마 결정을 선점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의 선거연대 혹은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대의를 위해 후보자는 한 명만 나오면 되고 주안점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현실적으로는 이정현 후보가 황 대표를 돕는 쪽으로 희생해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