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수익성 제고 기대"
경구용 사전 피임약 전체 시장 규모 300억원
피임약 부정적 인식 개선...시장 점진적으로 확대
   
▲ 동국제약, 유한양행, 광동제약, 일동제약 등이 경구용 사전 피임약 자체 제품을 선보이면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제약업계가 경구용 피임약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외국 제품에 대항하는 자체 개발 피임약을 선보이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자체 품목을 늘리는 것도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안착하기만 하면 매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달 에스트로겐 함량을 3분의 1로 줄인 0.02mg의 초저용량 피임약 '릴리애정'을 새롭게 출시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차원에서 경구용 사전 피임약을 선보이게 됐다"며 "외국산이 대세인 경구용 사전 피임약 시장에서 국산 피임약은 많이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개발, 출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 인사돌, 오라메디 등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일반의약품을 배출한 회사인 만큼 유통, 마케팅의 강점을 살려 릴리애정의 인지도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이전이라 릴리애정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일반의약품에 대한 유통 강점이 있는 만큼 조만간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6월 국내 경구용 피임약 1위 제품인 머시론을 판매하는 알보젠코리아와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복제약인 '센스데이'를 개발했다. 2005년부터 머시론의 유통·판매를 맡아온 유한양행은 머시론의 매출이 2017년 115억5000만원, 2018년 129억25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지만 판권을 연장하지는 않았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약 연장 대신 복제약 출시를 선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머시론의 전체 매출이 높아도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최근 자체 품목을 확대해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센스데이를 시장에 선보인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통해 어느정도 시장에 안착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동제약도 지난 2013년 센스리베를 출시하고 시장 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일동제약 역시 머시론, 에어리스와 성분이 각각 같은 바라온정과 다온정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는 마친 상태다.

국내 경구용 사전피임약 시장 규모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해 약 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머시론, 마이보라, 멜리안 등 외국 제품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제품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에 자리잡은 후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유 중 하나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있는 점,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피임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피임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으로 여겨지면서 경구용 사전 피임약 시장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기존 외국 제품이 자리잡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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