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조차 해결 못하는 정부…입국제한 여전히 중국 눈치 보기 급급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문구다. 버나드 쇼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9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세계적 문호이자 천수를 누렸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인생을 우물쭈물 했다고 했다.

물론 해석에 논란은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후세 사람들은 그의 묘비명의 글을 대체로 이렇게 받아들인다. 성공한 작가의 겸손함이자 동시에 경각심을 던져주는 말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놓쳐 버린 인생에 대한 대문호의 자성 섞인 이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준다. 
중국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마저 감염시키고 있다. 청와대 청원에는 100여건이 넘는 우한폐렴에 대한 글이 올라 있다. 지난달 22일 게재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글은 10일 현재 69만4517명이 참여했다.  

10일 오전 0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사이트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908명, 확진자가 4만171명이라고 공식발표했다. 9일 하루동안에만 사망자는 97명, 확진자는 3062명이 늘었다. 확산세가 주춤해졌다는 발표는 그저 말뿐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나라 감염자 수도 9일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7명으로 늘었다. 지난 8일에 이어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명은 한 가족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중국 광둥성에 머물다 지난달 31일 입국한 아들 부부에게서 모친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염 경로는 기존과 다르다. 그동안 후베이성 우한을 다녀 온 사람과 일본·태국·싱가포르에서 감염된 '제3국 감염' 사례만 보고됐다. 하지만 '우한 외 중국'을 다녀와 폐렴에 걸린 첫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후베이성을 다녀온 외국인만 입국 제한을 하고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 또 판을 키운 셈이다.

   
▲ 우리는 운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스로 개척하지 않은 채 운을 탓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 글이 가슴을 친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제발 돌아보기 바란다. 사진은ㅇ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성동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시찰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사진=청와대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중국의 감염자 발생 위험지역에 대한 입국 확대를 주장했다. 우한 외 광둥성 입국자의 감염이 확인됐지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이는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국민들을 불안감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독 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문재인 정부다. 사드로 인한 한한령에도 고개를 조아리던 정부다. 현지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수 조원의 피해를 봤지만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우한 폐렴 사태는 문재인 정권의 대중국 외교의 민낯을 보여 주고 있다.

정부가 우한폐렴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에 국한해 입국을 금지한 것은 지난 4일이다. 국내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 15일이 지나서였다. 이미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지역을 봉쇄한 이후여서 '뒷북조치'란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4억2000만명에 대해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우리는 후베이 이외 지역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여전히 중국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두 차례 연장했던 춘제 연휴가 어제로 끝났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을 드나드는 내·외국인이 늘어날 것이다. 개강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도 대거 입국이 예상된다. 그래도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 확대는 검토 중"이라는 속 뒤집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연일 강조하는 정부가 마스크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 등 정확한 정보 공개도 우물쭈물하다 지자체가 먼저 내놓자 발끈하는 정부다. 공항·항만을 통해 오늘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은 하루 수천명에 달한다.

대중의 불안감은 확산속도가 빠르다. 과도한 불안감이 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불안감에 출발한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감염자가 하루 수천명씩 늘어 가는데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우리만 안전하다고 외치는 걸 믿을 만큼 어리석은 국민은 없다. 마스크 쓴 대통령이 마스크조차 구하지 못하는 국민 앞에 안심하라니.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우한 교민을 수용한 충북 진천, 아산을 찾아 "아주 운이 나빠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제때 하면 치명률(치사율)이 높은 질병이 아니어서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셈"이라고 했다. 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대통령의 말에서 느껴지는 위험은 우한 폐렴만이 아니다. 경제 탓도 운으로 돌릴 수 있겠다는 우려다. 지금껏 이 정부가 해 온 것이라고는 남 탓 말고는 별반 없다는 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운이 아니라 준비가 부족하고 대책이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운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스로 개척하지 않은 채 운을 탓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 글이 가슴을 친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제발 돌아보기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