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앤드크레딧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결국 일을 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쁨을 시작으로 50개가 넘는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믿기 힘든 수상 결과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TV조선에서 단독 생중계된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은 방송인 안현모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초. 앞서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역시 한국영화 최초 기록이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및 비영어권 영화에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기생충'에 4개의 트로피를 전달하며 오스카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시상 결과를 발표했다.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이전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최우수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영화가 오스카에서 수상 소식을 전한 건 101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 역시 92회에 이른 오스카 역사상 최초다. 외국어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를 연출한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비영어영화가 각본상 트로피를 가져간 건 '그녀에게'를 비롯해 스위스 '마리 루이스'(1945), 프랑스 '빨간 풍선'(1956), 이탈리아 '이혼-이탈리안 스타일'(1962), 프랑스 '남과 여'(1966) 등 5번밖에 되지 않는다.


   
▲ 사진=오스카 공식 인스타그램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로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온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한층 새롭게 진화한 봉준호의 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남겼다.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변주는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고, 블랙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짜릿한 서스펜스와 묵직한 여운까지 선사했다. 

이날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뒤 "오늘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발언처럼 오스카 수상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빈부의 적나라한 형상을 그린 '기생충'은 이야기를 다분히 한국적인 배경에서 풀어냈음에도 전 세계적인 공감과 찬사를 이끌어냈고, 오스카 4관왕의 금자탑까지 쌓아올리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날의 수상으로 인해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오스카의 역사도 새롭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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