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메달 경쟁 심화...지나친 종목 확대 방송사마저 외면

   
▲ 황근 선문대교수

폐막된 인천아시안게임을 놓고 말들이 많다. 준비가 부족했다든지 너무 우리나라 경기에만 치중했다든지 주로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아침 일찍 있었던 사격 같은 종목은 거의 방송되지 않았고, 우리 선수들 입상가능성이 낮은 경기들은 결과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대회 효자역할을 했다는 볼링이나 요트 등은 아예 한번도 중계조차 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아시안게임 방송중계방식이 다른 국제경기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지정한 주관방송사가 국제신호로 제작해 송출하면 각국의 방송사들이 관심있는 경기만 중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주관방송사는 KBS였다. 그런데 대부분 아시안게임 참가국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보다 시간대가 늦은 이유로 아침 일찍 치러지는 경기는 중계될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때문에 신호 송출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오전에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3사의 아침드라마의 시청률을 능가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편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시안게임 방송중계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그것은 아시안게임이 참가국 수에 비해 종목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45개 나라가 참가해 36개 종목 404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였다. 26개 종목 302개 금메달이 걸려 있었던 2012년 런던올림픽의 1/3도 안되는 국가가 참가했음에도 금메달 수는 훨씬 많았다.
 

물론 아시안 게임의 특성상 아시아 국가들만의 경기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미 세파타크로나 카바디 같은 종목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다보니 관심이 높거나 입상가능성 종목들이 나라별로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아예 대다수 다른 나라들은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몇몇 소수 나라들만 관심을 갖는 더구나 그들 나라들의 방송중계 능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자연히 방송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 카바디 여자 단체전 한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인도 마마다의 공격을 한국 선수들이 수비하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많은 종목과 메달 수가 다수 참가국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의 가치 자체를 약화시키고 아시아인들의 흥미를 반감시키게 될 것이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구호인 ‘Diversity shines Here’가 아니라 ‘Diversity divide the Asia’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시안게임은 방송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단일 종목이지만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훨씬 더 많은 중계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이 기형적으로 종목수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시아스포츠를 주도하는 몇몇 국가의 메달이기주의 때문이다. 그 시작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다. 이전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겨우 20-30여개 메달에 그쳤던 대한민국은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93개의 메달을 획득해 1위 중국과 1개 차이로 육박하게 된다.

폐막식 직전 400m 남자 계주에서 우리나라가 우승했다면 그 순위는 뒤바뀌었을 것이다. 많은 종목에서 개최국 잇점이 작용했지만, 솔직히 태권도 같은 종목편성의 메리트를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그 다음 대회 주최국인 중국은 베이징아시안게임에 우슈 등 전략종목을 대거 추가해서 무려 183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해 가게 된다. 그러자 다음 대회인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이 가라테(지금은 공수도)같은 종목을 추가해 금메달 64개로 63개를 획득한 한국을 제치고 종합2위를 탈환하게 된다.

그렇게 급증하기 시작한 메달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당구, 바둑, 드래곤보트, 바둑, 인라인롤러스케이트까지 그야말로 메달만 딸 수 있으면 다 집어 넣은 것이다. 물론 소수국가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세파타크로, 카바디 같은 종목도 추가되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종목을 늘이다보면, 일본의 스모, 한국의 씨름, 중국의 연날리기가 들어오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OCA에서도 종목 수를 줄이고자 노력하고는 있다. 하지만 자국의 금메달 전략차원에서 종목들이 편성되고 있는 한 아시안게임은 정작 아시아인들로부터 소외되고 게임 가치도 점점 추락할 수 밖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대 스포츠에서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 방송중계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다는 아시안게임의 취지도 무색하게 될 것이다. 도리어 지금의 절반 아니 1/3 수준으로 종목수를 줄이고 범 아시아인들의 공통관심수준을 높인다면 대회자체의 위상도 방송사로부터도 대우받는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