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부회장, 수상 소감에서 동생 이재현 회장 세번 언급...헐리우드 핵심 인사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 큰 역할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자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I'd like to thank my brother, who has been always supporting building our dreams, even when it looked impossible dream. Thank you Jay, I want to thank my brother Jay.(비록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의 꿈을 꾸준히 지원해 준 남동생에게 감사하고 싶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 영화의 잔칫날이었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오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한국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제이(Jay)'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제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수상소감에서 남동생인 이 회장을 언급한 횟수만 세 번이었다.

이미경 부회장,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소감에서 동생 이재현 회장 세 번 언급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수상하고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J의 역할이었다. 만약 CJ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을 수 있다. 

실제로 CJ는 지난해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아카데미 캠페인' 준비에 돌입했다. CJ그룹의 최고경영진도 투트랙으로 힘을 보탰다. 기생충이 이런 성과를 얻기까지 이재현 회장은 그룹 문화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뒤 대규모 투자와 지원 등을 책임져 왔다.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와 문화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회장의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생충' 관련 모든 활동이 넓은 범주에서는 모두 '아카데미 캠페인'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라며 "8월 말 '기생충'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 대한민국 후보로 확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출품 및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약 8000여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후보작을 선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전 세계 관객 반응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8000여명 회원들의 표심이 중요하다. 

결국 '아카데미 캠페인'은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모두 결합하여야 하는 복합적인 글로벌 프로모션인 셈이다.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사진=아카데미 트위터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2017년 AMPAS의 신규 회원으로 위촉됐다. 이 부회장은 미국 LA에 거주하면서 AMPAS 회원들과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꾸준히 쌓아왔다. 지난해에는 AMPAS가 올해 LA에 개관할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로도 선임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헐리우드 핵심 인사들과 쌓아온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미경 부회장 헐리우드 핵심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에 큰 역할

먼저 아카데미 캠페인을 총괄하게 된 CJ는 우선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맡은 네온(NEON)과 역할을 나눴다.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배급팀에서 전체 캠페인 전략을 총괄하며 캠페인 예산 수립부터 전 세계 '기생충' 개봉 현황 관리, 관객 및 오피니언 리더 대상 타깃 시사회 개최, 광고, 이벤트와 같은 현지 프로모션 등을 총괄했다. 

현지 노하우가 풍부한 네온은 북미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시사회 진행, 북미 영화제 출품 등 실무를 맡았다. 

무엇보다 직접 투표권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헐리우드 외신 기자협회(골든글로브 시상식 주관) 공식 상영(6월, LA)을 비롯해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AMPAS 회원 대상으로 수십회의 시사회 가진 것은 물론, 같은 기간 미국 감독 조합, 미국 배우 조합, 미국 프로듀서 조합 등 미국 영화계 주요 직능 단체를 대상으로 시사회도 개최했다. 

시사회 전후에는 리셉션, 파티 등 이벤트를 개최하며 소위 '기생충 대세론' 여론 만들기에 집중했다.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배우들./사진=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북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 이후 한국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배우 송강호가 콜로라도에서 열린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돌아다니다가 쌍코피가 터졌다는 일화를 밝힐 정도로 바쁘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전 세계 53개 해외 영화제 초청되고 15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골든글로브(외국어영화상), 전미 비평가위원회(외국어 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 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송강호) 등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총 30여개의 상을 휩쓸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이후 약 500개 이상의 외신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미국 N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하는 등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CJ 관계자는 "미국 헐리우드의 거대 스튜디오는 아카데미 후보 선정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캠페인 전담팀'이 있지만 '기생충'은 한국 최초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위로 계란을 치는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받자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문화로 국격을 높였다"라며 '기생충'과 같이 최고로 잘 만들면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