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리그는 9년 연속 '아시아 최고 프로축구 리그'에 선정됐다. 그런 K리그가 국내 복귀하겠다는 기성용(31)을 품에 안지 못했다.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매년 전 세계 프로축구 리그의 순위를 매기고 있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지난 달 발표한 2019년 순위에 따르면 K리그는 전 세계 리그 중 30위에 자리했다. 이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프로축구 리그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였다. 2011년부터 9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위상을 지킨 K리그다.

아시아 리그 가운데는 최근 급성장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페셔널리그가 한국에 이어 2위(전체 32위), 일본 J리그가 3위(전체 37위), 중국 슈퍼리그가 4위(전체 39위) 순이었다.

하지만 K리그가 아시아 최고라는 평가가 기성용 복귀 불발을 지켜보면서 허울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잉글랜드 뉴캐슬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로운 신분이 된 기성용은 10년간의 유럽 활동을 청산하고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기성용의 대단한 결심이었고, K리그에는 대단한 호재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고, 국가대표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주장까지 지냈던 한국 축구의 귀중한 존재다. 아직은 한창 뛸 수 있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몸값을 대폭 낮춰가며 K리그로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분명 환영할 일이었다. 축구팬들도 기성용이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성용의 국내 복귀는 끝내 무산됐다. 기성용은 11일 에이전트를 통해 그동안 협상해온 FC서울, 전북 현대와 협상을 중단했으며 국외 다른 리그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왜 무산됐는지는 최근 잇따랐던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다. 2009년 말 스코틀랜드 셀틱에 입단하며 처음 유럽 무대로 진출할 당시 소속팀이었던 FC서울은 기성용과 '우선협상권'과 '위약금'에 합의했다. 즉, 국내 복귀시 FC서울이 우선적으로 기성용과 협상을 할 수 있으며, 만약 국내 다른 팀에 입단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조건들에 발목이 잡혔다. 기성용은 친정팀 FC서울과 복귀를 위한 협상을 했지만 몸값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컸다. 어느 정도 기성용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할 여건이 되는 전북 현대와는 입단에 거의 합의를 이뤘지만, 거액의 위약금이 걸림돌이 됐다.

협상은 진척이 없고 논란만 커지자 기성용은 국내 복귀 의사를 접고 말았던 것이다. 

기성용의 에이전트 측은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양 구단을 비롯한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며 국내 복귀 포기 이유를 밝혔다. 기성용은 개인 SNS를 통해 "거짓으로 내게 상처를 준다면, 나는 진실로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나를 갖고 놀지 마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올리며 국내 복귀가 무산된 데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기성용이 서울 유니폼이든 전북 유니폼이든 입고 올 시즌 K리그 무대를 뛰는 모습을 상상했던 팬들의 실망은 크다. 많은 팬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기성용의 복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서울 구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성용이 국내 복귀했을 경우 K리그에 미칠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따져보면, 돌아오겠다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K리그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말을 어디 가서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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