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모를 속여 거짓 차용증을 만든 후 수천만원을 가로채려 한 딸이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거짓 차용증을 만들어 금품을 가로채려 한 혐의(사기미수 등)로 기소된 정모(5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인데 법원을 속여 모친의 재산을 가로채려 했다면 사기 피해자는 법원이 아닌 모친이 된다"며 "현행법상 사기죄의 피해자가 직계혈족이라면 그 범인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씨가 사문서를 위조하고 위조문서를 행사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2010년 7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친에게 "보험에 들어주겠다"고 속여 백지에 서명·날인을 받은 뒤 이 종이에 마치 자신이 2000만원을 빌려준 것처럼 차용증을 만들었다.

이후 손씨는 이 차용증을 증거로 삼아 모친을 상대로 2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친이 적극 응소하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2심은 "죄질이 불량하고 모친에게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범행을 계속 부인하면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며 "모친이 입었을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