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발전에도 치명타...자율협약제 가이드라인 필요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주채권단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공정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사실 자율협약이란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사적 계약이란 점에서 제삼자가 나서서 그 당부여부를 논하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채무자의 정상화 참여를 배제한다면 불공정한 사적계약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동부그룹이 택한 자율협약은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함께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을 통하여 정상화되도록 하여 국가경제발전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법률로 그 절차와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채권단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과 같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협약은 철저히 사적 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비효율성으로 인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성이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의 협조를 구하는 채무기업입장에서 볼 때에는 그 대가가 경영권박탈이어야 한다면 사회적 비용을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경영권이란 기업의 탄생과 유지, 소멸 모두의 근본적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주채권단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공정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따라서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최소한 '자율협약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전통적으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는데 매우 인색해 왔다. 이는 2007년부터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포이즌 필 (Poison Pill)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입법노력이 무산되었으며, 황금주는 물론이고 복수의결권주의 발행역시 금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장기업들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IPO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경영권위협을 두려워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경영권이 보호되는 소규모기업에 만족하는 기업가정신이 우리 경제사회에 만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일시적인 유동성 및 신용위기로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 주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마져 경영권의 박탈을 전제로 채권단자율협약제도가 운영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창업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 소멸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상품화에는 성공하였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여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본 국정철학 차원에서 볼 때 이번 동부그룹 자율협약 진행과정은 분명 474정책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물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하여 부실에 빠진 기업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생적 변수에 의하여 일시적 부실에 빠진 기업에 대하여는 기존 경영진이 대출에 대한 담보를 사적으로 제공하고, 추가 출자의향이 있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한 경우에는 부실책임이 있는 경영진에게도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권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체계상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자율협약이행과정에서 경영권 박탈이 필요한 경우에는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최소한 가칭 “자율협약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