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자체가 자유 안보 상징 "고위직 탈북 러시 기대"

"여전히 공산주의 환상" vs "지나친 비약" 반응 엇갈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제21대 총선에 출마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보수 진영에서조차 '환영' vs '신중론'으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1일 태 전 공사 인재영입을 발표하며 서울 지역구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서울 강남 지역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태 전 공사도 현 정권의 '북한 선원 강제북송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혜택을 북한 주민들도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헌법기관이 됨으로써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 전 공사의 전략공천 발표에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북한에 대한 전면전 선포에 다름 아니다"라며 공천 방침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나아가 민중당은 태 전 공사를 "대표적인 반북 인사"라고 지칭했다. 민중당은 "탈북 이후 지금까지 북의 체제를 비난하며 북한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온 인물"이라며 "반북, 반평화로 먹고사는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발상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했다.

   
▲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지난 11일 한국당 입당과 총선 지역구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이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떼를 부리고 있다"며 "김정은 심기 보호에 골몰하기에 그렇게 안절부절한 것인가"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대북관에 있어 '친북적' 언사와 정책으로 일관하는 좌성향 진영이 태 전 공사의 한국당 입당과 전략공천을 비판하는 것은 일견 예상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한국당의 태 전 공사 서울 지역구 공천은 보수 진영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을 자아낸다.

취재 결과 보수 진영의 일부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태 전 공사 영입을 두고 "이번 총선에서 한국당이 가장 칭찬받아야 할 영입"이라며 "자유라는 가치를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모처럼 빛나는 인물을 영입했다",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달라. 응원한다" 는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또 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태 전 공사는 민주당을 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며 이 자체가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태 전 공사 영입 그 자체가 자유라는 가치와 안보, 대북정책 관련 외교 등 정당의 지향성에 맞게 한국당이 선점하는 것이며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고위직의 탈북은 김정은 체제에 누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태 전 공사와 같은 사람이 대접을 잘 받고 국회의원이 되면 제2, 제3의 태영호 같은 고위직 탈북 러시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칭찬과 응원의 반응이 나타나는 반면, 일부 보수 진영 사이에는 '신중론'도 등장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태 전 공사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지 4년이 채 안 된 데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도가 향후 수 년 더 익혀져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에 관한 자문기관이 아니라 입법기관이라는 본질을 생각할 때 태 전 공사가 입법활동을 할 수 있는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건, 경험 등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 태영호 전 공사 황교안 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아울러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지역구 선출직보다는 차라리 안보, 대북정책의 전문성을 상징으로 하는 '비례대표'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는 강남구보다는 포격사정권 지역이나 과거 전대협 출신들의 지역구에서 맞붙는 것이 더 '전략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전 국가정보원 직원은 이날 '미디어펜'에 "탈북자 사이에서 '노동당 귀족' 출신과 '비당원 서민' 출신 간의 갈등이 이전부터 있었는데 한국당이 태 전 공사 같은 명망가 중심이 기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탈북자를 통일 후 북한 지역 몫의 국회의원으로 배려한다는 명분을 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탈북자 사이에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국회의원이 되면 탈북자 사회는 겉으로는 환영하겠지만 한국에 와서도 고생만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는 '계급' 차이에 울분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의사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인명 한 번 살려본 적이 없을 뿐더러 김 씨 일족의 부하 노릇만 하다 남한에 온 뒤 북한주민들에 대한 연민은 고사하고 김 씨 일족의 귀맛에 들어맞는 궤변만 일삼던 태 전 공사가 환영받는다면 북한주민들은 남한에 저주를 퍼부을 것"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더 나아가서는 태 전 공사가 공산권 체제에서 평생 정치학습을 받아온 외교관 출신으로서 보수 진영으로 하여금 이질감 또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습관적 언어와 사고방식이 비춰져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태 전 공사는 총선 출마 기자회견 때도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지역구에 나가서 지역구 '인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용어 선택의 '실수'를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그의 칼럼과 유튜브 강연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듯, 아닌 듯한' 모호성과 양비론적 태도가 보여져 아쉬움을 자아낸다는 지적이다.

그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는 "김일성 독재체제는 더이상 조선을 발전으로 이끌 수 없다. 아직도 조선에는 봉건사회의 잔재인 신분제도가 살아있다. 이것은 무계급 사회를 지향하는 공산주의 이념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제도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대목에서 혹자는 "공산주의가 모두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 체제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 책에는 유사한 의문을 제기할 만한 내용들이 여러 군데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태 전 공사가 책 내용에 북한 사회는 '노예 체제'라고 명시했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일부만 보고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사람이 평생을 쌓아온 세계관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벗어나는 것이 과연 쉽겠는가 하는 우려가 겹치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그래도 태 전 공사가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확실히 말한 데다 한편으로는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북한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지게 하는 역사의 흐름에 역할을 해줄 수도 있지 않나"기대감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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