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시장의 기능과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사경제 종사자 비중이 4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래 북한 주민 2명 중 1명은 시장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시장화가 더 꾸준히 진전되고 있는 근거라고 평가하며 북한 내 빈부격차를 우려했다.

통일부의 의뢰로 북한연구학회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사경제 종사자' 비중은 근년 들어 48%에 달했다.

2001년 이후 ‘사경제 전업 종사자’(공식 직장 외의 사적경제활동만을 통해 소득을 얻은 사람)와 ‘국영경제·사경제 겸업 종사자’(공식 직장과 사적경제활동 양쪽에서 소득을 얻은 사람)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사경제 종사자’ 비중은 2006∼2010년 34.1%로 처음 ‘국영경제 종사자’(28.5%)를 추월한데 이어 2016∼2019년 48%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국영경제 종사자’ 비중은 24%로 줄어들었다. ‘국영경제 종사자’는 국영 부문(협동농장 포함), 즉 공식 직장에서의 경제활동만을 통해 소득을 얻은 사람을 뜻한다.

   
▲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인 평양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평양거리 모습./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종합시장’에서 매대 상인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북한의 시장 규모에 대해 ‘탈북 10년 전에 비해 매우 커졌다’에 25.8%, ‘조금 커졌다’에 30.1%가 답해 전반적으로 북한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의 매대를 거래 대상으로 보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2000년에는 48.7% 수준이었으나, 2016~2019년께는 67.6%로 상승했다.

한편, 주민들의 식생활도 변화해 2000년 이전 1일 3회 식사를 한다는 응답은 32.1%에 불과했으나, 2016년~2019년의 경우 90.7%를 기록했다.

주식의 구성비율도 강냉이가 아닌 입쌀의 비중이 커졌다. 2001년~2005년 강냉이의 비중은 70.9%였으나 2006년 이후로는 24.9%로까지 떨어졌다. 반면 2000년 이전 11%에 불과하던 입쌀의 비중은 66.1%로 크게 늘었다.

정보기기 보유율은 TV가 70.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 녹화기기 48.7%, 일반전화 21.7%, MP3 16.8%, 라디오 16.6% 순이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보유율은 각각 14.3%와 8.8%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이용률은 2000년 이전 0.5%로 매우 미미했다가 큰 폭으로 상승해 2016∼2019년 41%가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전화 통화 목적은 주로 개인장사(41.5%)와 안부(32.6%)였고, 정보교환(8.6%)과 공식업무(3.8%) 목적은 낮은 편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가까운 도시로 이동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여객열차(40.1%)로 나타났다. 이어 써비차(서비스차·화물차)가 14.7%, 자전거가 14.4% 등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북한 경제·사회를 전부를 대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통일부도 인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이탈주민의 성별이나 사는 지역 등에 따라 북한 사회 전체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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