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상호 이익 없다면 믿음과 선의가 아닌 냉철한 시각 필요

최근 북한, 전형적인 화전 양면전술

지난 4일 북한을 좌우하는 실세로 일컬어지는 지도부 3인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소식이 속보로 알려진 후 이삼일 간 수많은 언론과 북한전문가들이 남북 간의 대화국면 전환을 위한 초석이라는 등의 논평을 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 수뇌부 3인방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로부터 3일이 지난 7일 아침, 북 경비정 1척이 NLL을 침범하여 우리나라 고속정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상호 기관포 사격을 주고 받을 정도였다.

   
▲ 북 경비정의 NLL 침범 후 상호 기관포 사격과 관련한 연합뉴스 보도자료 캡처 

한편 북한 유엔대표부는 NLL에서의 상호사격이 있은 지 수시간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관련 설명회를 갖고,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대화 및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설명회는 북한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에서 가진 첫 설명회이다.

이 모든 것은 지난 5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게임이론을 토대로 북한 바라보기

이처럼 지도부 3인방의 방한, 북 경비정 NLL 침범, 유엔 인권 설명회 등 국내외적으로 강온을 오가는 북한을 지켜 보는 여러 시선이 있지만, 경제학에서 다루는 게임이론을 토대로 북한을 바라보면 조금 색다르게 보인다.

참고로 현재의 북한은, 국제적으로 인정만 받지 못했지 5~10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엄연한 핵무기 보유국가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기술 수준이 아직 소형화에 근접하지 못해 미사일 탄두에는 탑재하지 못할 정도라고 관측하고 있다.

   
▲ 10월 4일 고위급 회담 전경. 중앙에 배석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은 과연 또라이일까

북한 김정은이 과연 (죽고 싶어 환장한) 또라이일까, 아닐까? 1)

먼저 또라이가 아니라고 가정해 보자. 게임이론에 따르면 또라이가 아닌데 또라이인 척 하는 전략이 성공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말 또라이인 것처럼 여길 수 있게 내외부적으로 갈 데까지 가는 미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를 상대로 무수히 벌였던 수많은 대남도발 및 테러가 이에 해당한다. 멀게는 김신조를 위시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이나 KAL비행기 폭파 테러, 가까이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개성공단 폐쇄 등이 손꼽힌다.

둘째 조건은 이러한 또라이 전략을 아주 가끔씩 써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할 때 상대방에게 이혼하겠다고 일갈하는 소위 ‘이혼카드’를 흔하게 꺼내면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자에게 무시당하듯이, 또라이 전략은 자주 쓰면 그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잊을 만하면 미사일을 동해상에 쏘고, 서해 NLL을 도발하는 북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게 더 이상 또라이 전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매우 강한 용기와 담대함을 지니고 상대를 대해야 한다. 목소리 높여서 협박하는데, 상대방에게 떨리는 목소리나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내비친다면, 그건 본인의 의사를 관철시키기에 매우 부족한 태도이다. 이 점에 있어서 북한은 고수로 여겨진다.

   
▲ 10월 4일 있었던 북한 인사의 말말말. MBN 방송 캡처. 

북한의 또라이 전략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우리나라가 각종 정보를 수집하면서 북한을 바라 볼 때에, 또라이가 아닌 김정은이 또라이인 척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판단된다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전략을 철저히 무시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응전 태세만을 갖추면 된다. 2)

이럴 경우 골치 아픈 쪽은 김정은이다. 출구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내뱉은 언사와 저질러놓은 행동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쪽은 북한인 것이다. 상대방은 휘둘리지 말고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채 그쪽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기만 하면 된다. 작년 봄 개성공단을 폐쇄했던 북한에 대해서 박근혜가 취했던 조치도 이러한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김정은이 죽고 싶어 환장한 진짜 또라이라면?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일삼는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처럼 말이다.

작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당시, 연일 며칠간 계속되던 남북 간의 긴장 국면으로 인해 꿈쩍 않던 주식시장이 북한 리스크에 반응했던 시점이 있었다. 이는 북한을 또라이로 여기지 않던 한국 금융시장이 북한이 진짜 또라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그럼 당시 금융시장의 우려대로 김정은이 진짜 또라이라면 그 해결책으로는 뭐가 있을까. 게임이론은 김정은 보다 상대방이 더 또라이 짓을 하라고 권한다.

너죽이고 나죽겠다며 협박하고 소리치는 사람에게, 겁을 먹은 채 이를 말리고 무서워하던 사람이 칼을 쥐어주며, “어 그래 찔러 어서 찔러. 그래 나 죽이고 너도 죽어라. 근데 이거 하나는 명심해. 나랑 너만 죽지 않는다. 나 죽기 전에 네 가족 네 친척 모두 죽여 버릴거야” 라는 식으로 더 강하게 협박하면 된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과거 ‘서울 불바다’ 운운했던 것처럼 북한이 허무맹랑한 겁박을 우리나라에 행할 때마다, 전군 전투준비태세를 벌여서 북한의 비축유를 소진시키거나 하는 식의 '또라이' 전술로 활용할 수 있다.

   
▲ 10월 4일 있었던 북한 인사의 말말말. MBN 방송 캡처. 

이에 더해서 상대방 보다 더 예측불가능한 또라이 짓을 벌이는 것도 전략 중의 하나이다.

가령, 이번에 전격 방문했던 북한 실세 3인방에게 국무총리나 안보실장, 통일부장관 등을 배석시키지 않고 기획재정부총리나 산자부 장관 등을 보내어 고위급 회담을 하되, 북한이 우리에게 빌려갔던 차관 상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빌렸다가 갚지 못했던 차관, 언제까지 갚으실 겁니까.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이시니 자국의 재정 상황도 충분히 가늠하시겠죠. 납득이 가는 확실한 언질을 주시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곤란합니다.”등의 말을 그들의 면전에 던졌다면 어땠을까.

61년간의 남북 대치관계, 게임이론의 교훈

현재의 남북 상황을 비유하자면, 아무 것도 갖추지 않은 맨몸이면서 여러 날 굶어 체력도 바닥인 상대방이 맹독이 묻은 날카로운 단도(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우리는 꽤 두터운 방어구를 갖춰 입고 철퇴를 든 채로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다. 모든 각도를 막을 수는 없는, 어찌 보면 완벽하지 못한 방어구를 입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약점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단도에 비해서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큰 철퇴(우월한 재래식 국방전력 및 한미군사동맹, 주한 미군, 전작권 등)를 들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게임이론은 이기적인 인간을 넘어서 냉정한 인간을 요구한다. 게임이론은 상대방이 어떻게 수를 둘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즉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음이라는 ‘인격적 선택’을 했을 때 철저한 응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이론은 인간이 협동하는 이유에 대해 배신의 경우에 따르는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도 여긴다. 따라서 보복이나 복수를 아끼지 않고 마음껏 남발하는 것이 협동을 굳건히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보복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이를 나의 약점으로 알고 자주 배반하는 행위를 할 것이므로, 결국 담합 또는 협동이 깨진다는 결론이다.

철저히 보복하라. 이것이 게임이론이 실생활에 주는 교훈이다.

   
▲ 우리나라와 북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밤 중 위성사진의 모습. 각종 전력인프라로 인해 밤에도 빛나는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암흑으로 텅 비어보이는 북한의 모습이 이채롭다. 북한에서는 수도인 평양시만 빛나 보인다. 출처는 NASA 보도자료. 

남북 간의 선의는 상호간의 이익에 기초

게임이론에서는 서로에 대한 애정, 착한 마음, 선의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상호간의 이익’을 토대로 구축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로 여길 수 있다.

김정은이 또라이든 아니든 간에 사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굴든 우리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을 위시하여 북한 지도부로 대변되는 ‘북한 정권’과 ‘우리나라’가 상호 이익이라고 여길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을까. 이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김일성주의 및 이에 대한 세습독재로 유지되는 체제이다. 국민의 인권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온갖 교화소, 수용소가 전국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최악의 인권 수준을 자랑한다. 인민의 생활을 영위하는 장마당은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로 굴러가지만, 그 이면은 관리들에 대한 상납금으로 점철되어 있다. 삶의 질이나 경제 수준이 5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북한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솔직해지자. 그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평화에 대한 협박’ 밖에 없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

1)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인 김정은은 지난 9월 4일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이후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에, 현재의 북한 지도부를 김정은이라 지칭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바, 편의상 현재의 북한 지도부를 ‘김정은’이라 지칭한다.

2) 또라이는 속된 말로 미친 존재이다. 어떤 의도로 어떤 행동을 벌일지 수단과 목적 모두 예측이 안되는 존재를 말한다. 수단과 목적이 예측되는 행동을 벌이면 또라이가 아니다. 북한의 대외적 언행에서 어떻게든 체제를 유지하고 지도부가 자신의 목숨이나 재산을 부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 북한은 또라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