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체제 도입 주장한 강성부, 본인 회사 대표는 연구소장 출신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사모펀드 KCGI가 내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함께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주주연합)'을 결성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전자투표제 도입·ESG 강화·이사 성별 다양화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KCGI의 강성부 대표가 사실상 오너로 있는 코스닥 상장회사 이노와이어리스는 이사진이 전원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고, 한진칼에 요구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아닌 또 다른 형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이율배반'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주연합은 전날 '한진칼 주주제안에 즈음하여 드리는 글'을 통해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을 통해 한진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고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주주연합이 한진칼 이사회에 주장한 것은 크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전자투표제 도입 △ESG 강화 △이사 성별 다양화 등이다. 그러나 주주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강성부 대표가 사실장 주인인 '이노와이어리스'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이 회사는 한진칼 이사회에 제안한 내용과 배치되게 운영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당초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 구조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전문경영인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 소유주와 직원들 사이에서 경영 관리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통신장비 회사 이노와이어리스의 경우 연구 개발을 총괄하던 인사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따라서 KCGI가 주장하는 경영만을 전문으로 하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이노와이어리스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직 곽영수 대표이사는 개발 파트를 전문으로 하는 창업 멤버로 연구소장을 맡고 있었다"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주연합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해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현 곽 대표가 대표이사직에 취임하기 전 공동대표였던 정종태씨는 이노와이어리스 이사회의 의장을 겸직한 바 있다.

   
▲ 이노와이어리스 이사진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아울러 주주연합은 개정된 자본시장법상 한진칼 이사진의 성별을 조기에 다양화 하겠다며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의하면 이노와이어리스 임원 현황에는 이사진 전원이 남성으로만 채워져 있다.

때문에 KCGI가 남의 허물만 볼 줄 알고 자사의 일엔 눈 감는 '내로남불'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패를 얻기 위해 거창한 명분을 내걸기 마련"이라며 "여론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들의 목적은 단기 투자로 수익을 얻고 나가려는 것인 만큼 자기네들 회사까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경영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