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스토브리그'가 끝났다. 깔끔한 결말과 함께. 드라마의 주역 대부분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으니 해피 엔딩이라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굿 엔딩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14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해체 위기에 몰렸던 드림즈는 백승수 단장(남궁민)의 팀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신생 IT기업 PF소프트에 매각돼 구단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직원들은 모두 고용 승계돼 하던 일을 이어가게 됐고, 드림즈는 핵심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코리안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백승수는 구단 인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홀로 물러났다. 권경민(오정세)은 백승수가 안겨준 구단 매각 대금 200억원을 큰아버지인 재송그룹 회장에게 던져주고 굴욕적이었던 관계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독립을 택했다. 백승수는 권경민의 추천을 받아 또 다른 종목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야구를 소재로, 엄밀히 말해 프로야구 구단을 소재로 한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잘 안된다는 통념을 깨고 시청률 면에서, 시청자들의 호응도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날 최종 3부의 시청률은 19.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거의 20%에 육박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야구팬뿐 아니라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일반 시청자들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매료됐다.

   
▲ 사진=SBS '스토브리그' 포스터


드라마 성공의 요인은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야구단을 소재로 했지만 승부나 스타 선수에 초첨을 맞추지 않고 구단 프런트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이 신선했다. 자신의 일을 위해 헌신하거나, 현실에 야합하거나, 개인적 이익만 쫓거나 등등. 일반 직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갈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거나, 화합하거나 하는 모습들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스포츠 드라마지만 사실은 오피스 드라마고 휴머니티 드라마였던 것이다.

실제 야구단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꼼꼼하게 엮어낸 이신화 작가의 치밀했던 대본은 빛났고, 힘을 넣거나 뺄 줄 아는 정동윤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공이 컸다. 남궁민은 까칠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철저하고 속깊은 백승수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오정세는 직전 출연작이었던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를 금방 잊어버리게 하는 권경민이라는 새로운 인물로 다시 짜증과 즐거움을 안겼다.

젊은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 역의 박은빈, 활기를 담당했던 한재희 역의 조병규를 비롯해 구단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도 살아 있었다. 그럴듯하게 선수 역할을 소화해준 조한선, 하도권, 이용우, 홍기준, 채종협 등의 연기도 신선했다.

'스토브리그'는 끝났고, 드라마에 열광했던 팬들은 허전해졌다. 하지만 드림즈는 또 새로운 시즌을 맞을 것이고, 야구는 계속된다. '스토브리그'의 굿 엔딩은 그렇게 여운을 남겼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