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낮고 환금성 좋지만 매매가격 하락폭 커 주의 필요
   
▲ 경기도 한 택지지구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부동산 침체기 대단지 아파트는 집값 방어가 어렵다. 매매 가격 하락폭도 크다. 올해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다수 예정된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17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 인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는 1000가구 이상 아파트 59곳 12만3122가구 중 6만5556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경기에서만 29곳, 4만7677가구가 공급되고 인천(18곳, 3만9562가구), 서울(12곳, 3만5883가구)가 뒤를 잇는다.

대형건설사들도 대우건설 충남 '계룡 푸르지오 더 퍼스트', GS건설 대구 '청라힐스자이', 현대건설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등 대단지 분양 마수걸이에 나선다.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의 경제'라는 수식어를 동반하며 덩치에 걸 맞는 풍부한 인프라와 다양한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공사 규모도 큰 만큼 대형건설사들이 시공하며 아파트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한다.

이런 이유로 대단지 아파트는 수요가 많고 거래도 활발해 환금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높은 환금성은 가격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세대 규모별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1500가구 이상 7.35% △1000~1499가구 5.26% △500가구 내외 4%로 단지 규모가 클수록 가격 상승폭도 큰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에게는 규모가 작은 단지에 비해 관리비가 낮은 점도 대단지 아파트의 이점으로 작용한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관리비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00가구 이상 단지의 ㎡당 평균 관리비는 1043원으로 단지 규모 중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500~999가구 1065원 △300~499가구 1123원 △150~299가구 1238원으로 가구 규모가 작을 수록 관리비가 높았다.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는 상승장에서 가격 상승 폭이 높은 만큼 시장이 하락세를 탈 경우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난다. 매물이 많은 만큼 급매도 많아 가격 방어에 힘들다는 점도 조심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수도권 단지 규모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3분기에 1500가구 이상 단지가 2.98%, 300가구 미만 단지가 1.6%, 4분기에 1500가구 이상 단지가 4.94%, 300가구 미만 단지가 2.98%로 단지 규모가 클수록 변동률이 컸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부동산시장 불경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단지 아파트는 지역 랜드마크로 해당 지역 내 시세를 리딩하는데 매수세, 관망세가 보일 경우 가격 움직임이 적은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아파트에 비해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편"이라며 "부동산 침체기에는 다른 단지에 비해 가격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규모가 큰 만큼 단지 내 가구별로 가격 편차가 크고 공급 물량이 많아 입주 초기에 전세가가 낮게 책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단지 내 조망권, 일조량, 입지 등이 유리한 세대는 '로얄 동', '로얄 층'이라 불리며 같은 단지 내에서도 미묘한 가격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대단지 아파트 물량이 많이 나와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입주가 많은 지역일수록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어 가격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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