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완성차 3사 국내 차시장 점유율 15%대로 하락
'규모의 경제' 밀려…매년 신차 흥행 실패시 타격 심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기아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업계를 지탱해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이른바 중견 3사가 일제히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완성차 5개사 기준 점유율 25%에 육박했던 이들 3사가 매년 점유율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재 15%까지 떨어지자 이대로 고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완성차 업계에서 중견 3사의 점유율은 15.0%로 지난해 1월(16.2%)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연평균 점유율(17.7%)과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빠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오랜 기간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왔으나, 나머지 중견 3사들도 20% 내외의 시장은 유지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지엠 부도 위기, 르노삼성 모델 노후화, 쌍용차 주력 모델 경쟁력 약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급격히 점유율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16년 24.9% 수준이었던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17년 21.9%로 하락했고, 2018년 18.9%, 지난해는 17.7%까지 하락했다. 가뜩이나 하향세를 보이던 점유율이 올 1월에는 더욱 떨어진 것.

중견 3사의 점유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3위를 확고히 지켜왔던 한국지엠의 부진 크게 작용을 했다. 

지난 2016년 18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완성차 5사 내수 판매량의 11.3%를 점유했던 한국지엠은 지난 2017년 13만여대로 점유율이 8.5%로 떨어졌고 부도 위기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지난 2018년은 판매량이 9만여대로 급감하면서 점유율이 6.0%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7만6471대를 판매한 한국지엠은 점유율이 5.0%까지 추가로 낮아졌다. 한국지엠은 부도설, 철수설 등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다양한 차종을 수입해 판매했으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르노삼성도 지난 2016년 SM6와 QM6 등 잇단 신차의 성공적 출시로 11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모델 노후화와 함께 국내 판매량이 매년 1만대 가량씩 줄며 지난해 판매는 8만여대, 점유율은 5.7%까지 하락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5년 티볼리, 2016년 티볼리 에어, 2017년 G4렉스턴, 2018년 렉스턴 스포츠 등 매년 히트작들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된 신형 코란도가 시장에서 전작들 만큼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쌍용차는 2018년 10만9140대, 점유율 7.1%를 정점으로 지난해 10만7789대, 점유율 7.0%로 내려앉았다.

이들 3사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규모의 경제'을 확보하지 못했고 라인업도 다양하지 않아 볼륨 차급에서 출시한 신차의 성패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마다 국내 생산 차종만 각각 4~5종씩 신차를 내놓는 현대·기아차는 한두 개 모델이 다소 부진해도 다른 차종들의 선전으로 충분히 완충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입 모델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한해 1종의 신차를 내놓는 데 불과한 중견 3사는 신차 하나의 실패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신차 출시가 없는 해는 기존 구형 모델들로 버티며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아예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차가 전무했다. 해외본사로부터 수입해 오는 차종은 가격적인 문제로 볼륨 모델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쌍용차는 유일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코란도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지엠의 올해 유일한 국내생산 신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가 반드시 성공해야 된다. 이 모델이 흥행에 실패하면 실적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르노삼성도 올해는 크로스오버(CUV)스타일의 SUV XM3가 출시 예고되며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준비 중인 투싼 풀체인지 모델은 큰 경쟁상대다. 

   
▲ 한국지엠 부평공장 생산라인. /사진=한국지엠


다만 이번에 출시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신차들이 파급력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다시 한 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중형세단부문에서 경쟁을 벌여왔던 것 같은 상황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당시 중형세단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르노삼성과 한국지엠까지 해당부문에서 치열한 접점을 벌여왔다. 중견 3사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허리역할을 탄탄하게 수행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구도가 깨지며 시장볼륨도 축소됐고 현재 같은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중견 3사가 무너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 축소는 물론 경쟁사인 현대·기아차에게도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은 시장은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에 적극적인 경쟁구도를 통해 현재의 무기력한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고언이다. 

현재 SUV시장의 모델이 늘어나며 다양성은 있지만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할 모델들이 파급력 있는 신차들이고 글로벌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모델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을 펼치게 되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도 도모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각각의 전속 협력사들도 있지만 다수의 협력사에서 복수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한두 곳이 무너질 경우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파급력있는 신차들이 출시됐고 새로운 경쟁구도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경쟁구도를 통해 시장반전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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