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나 아이칸처럼 과도한 배당 요구한 적 없어 '먹튀' 아니다"
"실패한 의사결정에 대해선 CEO가 책임져야"
   
▲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 한진그룹 위기 진단·미래 방향·전문 경영인 역할에 관한 '경영참여방침'을 발표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현재 우리 KCGI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 가운데 서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가운데 한진그룹을 발전케 하고 지배 구조의 선진화를 불러온 계기가 돼 긍정적인 면을 만들어 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강성부 대표는 "우리의 목적은 한진그룹을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소유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KCGI는 한국판 엘리엇이나 칼 아이칸 같은 투기자본 아니냐는 비난을 듣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기업 체질, 펀더멘탈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올리자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아이칸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와 같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 없는데, 이것이 소위 '먹튀' 세력과의 차별점"이라며 재무·지배구조 투명화,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하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리고 했다.

   
▲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PPT 자료./사진=KCGI


한진그룹 경영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대표는 "수많은 사업부를 가진 한진칼은 항공업에 특히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 대한항공이 한진칼 매출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굉장히 크다"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적자가 1조7414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너의 독단적 의사 결정 구조에 따라 잘못된 사례가 생겨왔다"며 "한진해운에 증자하는 것에 대해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경고했음에도 조양호 전 회장은 선대의 유훈 또는 그룹 외형에 대한 욕심, 혹은 정부의 외압에 따라 인수를 결정했는데, 그 실패한 의사결정에 대해 CEO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메르스·미-중 무역전쟁·한-일 갈등 등 리스크가 매년 있어왔는데,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며 "산업구조적으로 미래형 항공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는 쓸모 없는 면세품 잡지가 한가득 한데, 태블릿 PC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독일 항공사처럼 면세점과 협업해 집 앞 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짚었다.

강 대표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설비 투자만 해야 해 부채만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강 대표는 "사업이란 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신용을 버는 것이라고 하는데, 한진칼은 나에게서 신용을 잃었다"며 "한진칼은 불필요한 단기 차입금에 대해 담당을 감사위원회로 돌리고, 자격 요건을 사외이사로 제한했는데, 이는 상법의 룰을 퇴보시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조원태 회장이 점점 기고만장해지고 있다"며 "IATA 총회에서 조 회장은 KCGI를 만날 생각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만 주주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해 소통 능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는데, 소통 능력도 경영 능력 중 일부"라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주주의 마음을 얻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 연합을 끝 없이 궁지로 몰아 지분 팔고 나가란 식의 대응은 전투 의지를 높이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조 회장의 경영에 대해 그는 "오너 경영이 적합한 기업들이 많지만 조선 왕조처럼 자리를 세습하는 것이냐"며 "경영 능력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익을 추구하기 보다 공익을 추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 대표는 "전문경영인체제가 늘 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한진그룹에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정답"이라며 "대주주의 경영 실패 이슈가 있을 경우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두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선 싸움보단 대화, 화해 등 포용적 경영이 필요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밤은 아침을 이기지 못하고,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며 "100% 우리가 이길 것이라 보지는 않아도 대세는 기울었다"며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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