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문경영인, 단기 수익 중시…오너 경영, 소신 투자 가능"
류재우 교수 "강성부 펀드, 앞뒤 안 맞는 소리 한다"
"1년도 안된 조원태 회장 경영 능력 검증은 성급"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연합)'이 한진그룹 위기 진단·미래 방향·전문 경영인 역할에 관한 '경영참여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이 언급한 미래 경영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연합을 대표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강 대표는 "현재 우리 KCGI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 가운데 서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가운데 한진그룹을 발전케 하고 지배 구조의 선진화를 불러온 계기가 돼 긍정적인 면을 만들어 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경영체제를 두고 전문경영과 소유경영 간 싸움이라 표현하는데,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소유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을 한다"며 "아직 국내에선 전문경영에 대한 인식이 낮고, 거부감이 많아 논쟁을 제대로 시작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체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크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단기적 수익 추구를 하는 경향이 강해 사업 전망을 길게 내다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재계 중론이다.

오너 경영의 경우 소신껏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경영인체제가 한진그룹에 도입될 경우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 대표는 이날 "우리는 단 한 번도 아이칸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와 같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 없는데, 이것이 소위 '먹튀' 세력과의 차별점"이라며 재무·지배구조 투명화,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하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리고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KCGI가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는 하나 실제 한진그룹 경영권을 갖게될 경우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패를 얻기 위해 민주적 의사 결정과 같은 거창한 명분을 내걸기 마련"이라며 "단기 투자로 수익을 얻고 나가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 대표는 "평균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 대비 PBR은 1/4.7, PER은 1/1.6"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하게 되면 한국 기업의 업사이드 포텐셜은 전세계에서 가장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같이 투자를 했는데, 낮은 배당으로 대주주만 이득을 본다면 이건 큰 문제"라며 "다소 높은 배당 소득세 역시 낮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실익이 많이 나야 주주 친화적인 것이지, 배당 덜 한다고 나쁜 경영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회사 자산이 커지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배당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류 교수는 "기업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등 이중 과세가 문제"라며 "시중 은행 적금 이자도 15.4%인 것에 비춰보면 배당 소득세가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닌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의 경영에 대해 강 대표는 "오너 경영이 적합한 기업들이 많지만 조선 왕조처럼 자리를 세습하는 것이냐"며 "경영 능력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익을 추구하기 보다 공익을 추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류 교수는 "공익 추구는 정부가 할 일"이라며 "강성부 대표는 사회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가 항공사들은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파산 직전에 처하게 된 것"이냐며 "말도 안 된다"고 일갈했다.

강 대표는 "전문경영인체제가 늘 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한진그룹에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정답"이라며 "대주주의 경영 실패 이슈가 있을 경우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두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에 류 교수는 "그런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나, 조원태 회장은 자리에 오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경영 능력이 유무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KCGI가 너무나도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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