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지역을 돌며 유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가진 유세 현장 연설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나. 승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발언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무역 관계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에 작품상을 준다고? 영화가 좋았나?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영화를 찾고 있다. 다시 그런 영화가 돌아올 수 있을까? 외국어영화상도 아니고, 최고 작품상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사진=영화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미국 영화가 '기생충'에 밀려 작품상 등 주요 상을 놓친 것을 아쉬워한 트럼프가 한미 무역 상황까지 끌어들이며 조롱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미국 현지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며 크게 화제가 되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트위터를 통해 "'기생충'은 부자들이 서민계층의 투쟁을 얼마나 의식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영화로, 두 시간 동안 (영어)자막을 읽어야 한다. 물론 트럼프는 그것을 싫어한다"고 맞받았다.

'기생충'의 미국 현지 배급사인 네온도 SNS에 "(트럼프의 발언을) 이해할 만하다. 그는 (자막을) 읽을 수가 없잖아"라고 꼬집었다.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SNS를 통해 '기생충'의 수상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짚어보는 것으로 트럼프의 발언을 간접 반박했다. 로튼 토마토는 "오스카 4관왕. 골든 토마토 3관왕. 총 127개 부문 수상. 역대 작품상 수상작 중 가장 높은 로튼 토마토 지수 기록. '기생충'은 419개의 리뷰와 99%의 신선도로 증명됐다"고 영화적으로 충분히 수상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미국 국내 영화제인 아카데미에서 자국 영화가 한국 영화 '기생충'에 밀린 것을 아쉬워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미 무역 관계까지 거론했다면, 수많은 할리우드산 영화들이 한국 내에서 얼마나 많은 흥행수익을 올리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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