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 공직 수행을 위해선 사회적 경험과 연륜 필요"

스웨덴 녹색당 만 19세 의원 배출? 스웨덴서도 이례적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오는 4.15 총선부터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진 가운데, 참정권 하향 조정에 맞춰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 즉 '피선거권' 연령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이러한 주장이 인기영합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해 숙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67조는 대통령의 피선거권 나이를 만 40세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은 국회·지방의원의 피선거권을 만 25세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선거권 연령을 인하해야 한다는 측은 ‘연령 제한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 보장’이야말로 곧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연령 ‘제한’은 ‘최소한의 장치’라는 반박이다.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에서 최대한 부적절한 사람의 선출은 막아야 할 필요가 있고 또 그래야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임무영 변호사는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피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제한하는 취지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임 변호사는 “의원직 또는 대통령직 출마 가능 나이를 각각 25세, 40세로 규정한 것은 입법 당시 공직을 맡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준의 사회적 경험과 연륜은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이같은 근거를 들어 2018년 (의원직) 피선거권 연령 25세 이상 제한은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 사진=정의당tv 유튜브 화면 캡처

이어 그는 선거·피선거권 연령 인하 주장의 확산에 대해선 “올바른 정책을 고안해낼 능력은 없으니 깊은 생각 없이 나오는 인기영합적 주장”이라는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피선거권 연령 하향 찬성 측이 자주 인용하는 것이 해외 사례다. 영국은 만 21세에 상하원과 지방의회에 출마할 수 있고 일본도 만 22세면 피선거권을 가진다. 독일,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등은 성인 연령인 만 18세부터 의원 출마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스웨덴에선 2002년 환경당 구스타프 프리돌린이 만 19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으며, 독일 녹색당의 안나 뤼어만 역시 만 19세에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의원직에 진출하거나 또 선출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 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이재석 단국대 교수는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환경당은 굉장히 특수한 좌파 정당이다. 외교·안보·경제와 같은 전문성을 요하며 전국적인 모든 이슈를 포괄하는 전체 국정 사안을 다루지 않는 특수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 19세 같은 '최연소' 또는 '어린' 정치인을 내세워 그 자체로 하나의 이슈로 만들고 젊은이들에게 환심을 사는 전략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으로써 젊은층의 환경당 유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보통 스웨덴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정치' 성장 과정은 대학 내 각 정당의 '서클'이라는 것에 가입해 이론, 토론, 실제 등 정치현실을 배우고 트레이닝과 경쟁을 거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더 빠르게는 중학교부터 정당에 가입해 각 정당이 운영하는 정치캠프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치를 경험한다.

이후 정치 수습을 거쳐 대학교를 마치고 보통 지방의회 진출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그때의 나이가 정치적 소질이 특출나고 천재적인 경우라도 보통 만 25~26세라는 것이다. 이후 국회의원이 되어 중앙정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그 성장 과정은 굉장히 길고 더 혹독하며 경쟁도 심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성장 과정이 프로페셔널한 스웨덴에 비해 아직 한국은 피선거권을 무조건 선진국 따라 낮추기엔 아직은 열악한 환경이라고 부연했다.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 역사, 전통이 다르고 ‘자유시민’ 교육의 정도와 과정도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강한 데다 정책 노선의 치열하고도 진지한 논의 및 경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능력있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과정이 보다 체계화됐을 때 피선거권 연령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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