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엔화 가치절하)현상이 심화되면서 화장품 수출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 뉴시스 자료사진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세청이 수출입무역통계를 조사한 결과 올해 8월까지 한국이 화장품(향수·두발제품 등 포함)을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는 중국, 홍콩 , 일본 순이었다.

해당 기간 중국은 1만9358t·3억2300만달러, 홍콩이 9천574t·2억1300만달러를 수출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8207t·1억400만달러를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1만2953t)에 이어 일본(9217t)이 홍콩(5230t)을 제치고 수출 중량 기준으로 압도적인 2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업계는 한국 화장품 수출국 2위가 바뀐 것에 대해 경기부진으로 일본의 고가 화장품 시장이 위축된 것과 엔저로 한국화장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재 일본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증가로 인해 고가 제품 대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 수요가 크다.

앞서 일본 화장품 시장은 경기 불황의 여파로 1000엔 안팎의 저가 화장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중고가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도 줄지어 가격을 내렸다.

일본의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은 일본 화장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어 인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엔저로 한국 화장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중저가 화장품도 중국이나 홍콩 시장에서만큼 선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 수출은 엔화 강세(엔고)가 절정에 달한 지난 2012년 1만4292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만3879t으로 줄었다. 올해 1∼8월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1.0% 감소했다.

또 수출 실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최근 명동 일대 로드샵과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매장을 유커(방한 중국인 관광객)가 점령한 점까지 고려하면 한국 화장품 수출 시장으로서의 일본의 입지는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에 대한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는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늘었다. 홍콩 수출 또한 올해 1∼8월 실적이 지난해 한 해 실적의 90%를 넘어섰다.

중국과 홍콩의 한국 화장품 수출이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 드라마·뮤직비디오 등을 통해서 한국 배우와 가수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럭셔리 시장이 침체기이고 홈쇼핑이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브랜드만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 편중돼 있던 한국 화장품 수출 시장이 홍콩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어 그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