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마포 회동, 창당 명분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논의

야권들 일제 반발, 심지어 당 지도부에서도 "분명히 반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결국 정치는 명분인데......”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한 인사는 28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꼼수’라고 비판했던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할 당시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래통합당이 무조건 국회 제1당이 되고자 민주주의도, 정당정치도, 국민의 눈초리도, 체면도, 염치도 모두 다 버렸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당 안팎에서 ‘비례정당 창당’이 고개를 드는 것은 결국 ‘원내 1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원내 1당을 뺏길 경우 국회의장부터 상임위원장 배분은 물론 최악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비례정당 창당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인영 원내대표, 윤효종 사무총장, 전해철 당 대표 특보단장, 홍영표·김종민 의원 등은 지난 26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만나 창당의 명분과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전 의원은 "우리가 왜 비례정당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세울 간판(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참 이거….”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지금 연동형 비례제의 의미를 완전히 깨부수고 있는데, 그렇게 땀 빼가면서 공들인 선거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점을 앞세우면 된다"며 구체적인 명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났던 건 사실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건 사실인데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결의할 순 없다. 거기까진 사실이 아니다”라며 “창당을 논의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례정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결국 당 지도부가 선택할 몫”이라면서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확실한 명분이 없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합당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 민생당 "전형적인 공작정치"

실제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야당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비례정당에 대해서 가짜정당이라고 왜곡하더니 결국 자기들이 그런 가짜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군불을 때던 비례민주당의 창당 방식이 베일을 벗고 있다. 가증스럽다”며 “떼도둑처럼 모여서 비밀리에 자신들이 비난하던 새 정당을 창당하려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1석이 아까워 위성정당 창당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민생당도 “전형적인 공작정치”라고 힐난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비례위성정당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면피용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당보다 더 나쁘고 비열하다”면서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 뒷구멍으로는 꼼수 궁리라니 이게 집권여당이 할 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김해영 "위성정당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분명하게 반대"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다"며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했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규탄했다. 이런 행보를 한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눈앞의 유불리보다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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