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재정적자 비율 1998년 이후 첫 4% 돌파…국가채무비율 41% 넘어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11조7천억원 규모의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새해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2개월여만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경의 절반 이상을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과 얼어붙은 내수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지만, 목표대로 추경이 위축된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슈퍼 추경'에 10조 3000억원의 적자국채가 대거 증발되면서, 나라살림 적자비율이 외환위기 후 최대로 올라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11.7조 추경 초스피드 편성…내수살리기 '올인'

정부가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달 24일로, 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불과 열흘이 걸리는 '속전속결' 추경안 편성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과거보다 중국 경제의 비중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음을 감안, '경기 하방위험'을 막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초 정부는 "3조 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부터 활용하겠다"며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여야 정치권이 추경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례 없는 속도로 추경안을 편성했다.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세출 예산 8조 5000억원 가운데 방역 체계 보강에 배정된 2조 3000억원을 제외하고 ▲ 코로나19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고용안정 3조원 ▲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2조 4000억원 ▲ 침체된 지역경제·상권 살리기 8000억원 등  나머지 6조 2000억원이 전부 내수 살리기에 쓰인다.

앞서 정부가 1차로 방역 대응, 소상공인 정책금융 신규 공급, 저가항공사(LCC) 대상 운영자금 융자 등에 4조원을 투입하고, 지난달 28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16조원 규모의 2차 대책을 내놓은 것까지 합치면, 전체 대책의 지원 규모는 총 31조 6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얼어붙은 소비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재난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지급 등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는 경과를 보면서 필요할 경우 4차, 5차의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피해극복 지원과 경제 모멘텀 살리기, 당장의 방역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 대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더 필요하면 그 이상(대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적자국채 10.3조, 관리재정적자 4% 돌파…재정건전성 '비상'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한국은행잉여금 7000억원 전액과 기금여유자금 등 7000억원 외 나머지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는데, 이 규모가 10조 3000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은 41.2%에 달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0년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 5000억원이었으나 이번 추경안으로 적자가 10조 5000억원 증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종전 3.5%에서 4.1%로 상승한다.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 이후 최대이자, 처음 4%를 돌파하게 된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 뿐이다.

또 이번 추경안으로 2020년 예산 기준 805조 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15조 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까지 높아진다.

재정 당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를 마지노선으로 봐왔는데 이를 넘어서는 것이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0% 이내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이다.

정부는 이같은 재정 건전성 우려에도 불구,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문제, 피해극복 지원 문제, 경기를 최소한은 떠받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재정건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이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세입기반 확충 노력과 함께 관행적으로 지원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재정건전성이 이번에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극복 대책에 세수 감소 효과가 1조 7000억원 규모의 조세 감면 대책들이 포함된 데다, 경기 침체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까지 주요 3대 세목의 실적이 예산상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

정부는 이번 추경에 세입 경정 3조 2000억원을 포함했는데, 임재현 세제실장은 "세입 경정 수치 중에 올해 소득세, 법인세 감소분은 반영돼 있다. 다만 전년도 실적이어서, 올해 코로나에 따른 악화로 인한 (세수) 감소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세수가 더 감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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