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거대야당' 표현, 선거법 위반 의식한 듯

옥중 서신 놓고 "박근혜의 정치적 영향력" 언급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을 앞두고 '기존 거대 야당 중심의 통합'을 주문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4일 발표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결국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대독하는 메시지를 통해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서신 전문에 의하면 그는 '거대야당'에 대해 '무기력함'과 '이합집산' 등 지적할 것은 지적하면서도 보수·우파 등 '나라를 위하는 세력'의 통합을 주문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청와대 홈페이지

박 전 대통령이 서신에 '거대야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파 야권 중에서도 미래통합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굳이 '거대야당'이라고 한 것은 선거법 위반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황이다.

아울러 서신에서 '탄핵'과 관련한 부분은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한 핵위협과 우방국과 관계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 걱정이 많았다"라고 밝힌 서신 초반에만 등장한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자신이 '결백'을 호소했던 것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앞서 탄핵을 주도하거나 찬성한 세력으로부터 '탄핵의 강을 건너자' 혹은 '탄핵은 박 전 대통령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듯한 무언의 압력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한 코로나 19 사태와 북한 핵위협, 우방국과의 관계 악화,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등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 한 정치평론가는 "사면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대범함이고 오직 나라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 정치 평론가는 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메시지 자체는 '선거의 여왕'의 힘이 다시 부활한 것"이라며 "'대승적으로 뭉치라' 했으니 보수 통합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바운더리에 따라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옥중에서도 부각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 자체가 부각되면서 총선 구도가 문재인 정권 vs 박 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도 전망했다.

   
▲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독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나아가 평론가는 "메시지를 자세히 보면 '탄핵 세력'을 용서한다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다"며 "탄핵을 부당하게 여기는 세력들도 일단은 박 전 대통령 바운더리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후일을 도모하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그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음에도 박 전 대통령 연설문을 최서원 씨가 대신 썼다는 식의 얘기는 이번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사필 서신으로 일단락된 것이라고 봐야한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탄핵 무효'를 줄곧 외쳐왔다는 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미디어펜'에 익명을 요구하며 "통합당으로 뭉친들 나라를 구하기는 글렀다"고 호소했다.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통합당의 개헌 세력은 총선에서 승리한들 정권 심판은커녕 사회주의 체제 세력과의 타협을 도모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석방과 탄핵의 진실은 이걸로 끝"이라고까지 혹평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대독한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TV조선'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나라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특별은 배경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