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못해 나라꼴 망쳐 놓고도 '입'만 살아있는 꼴불견
   
▲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 초반에 나온다는 이 대사에 반한 사람이 많다. 가짜 서류를 만들어 다른 사람을 속이러 나서는 아들 기후에게 아버지 기택이 한 이 말을 곱씹어보는 사람이 많고, 여러 사람이 이  대사를 주제로, 혹은 이 대사를 빗대어 글을 썼다. 

몇날 며칠 잠 안 자고 여러 번 도상연습까지 해 자기 딴에는 빈틈없다고 생각한 계획이 사소한 실수나 다른 이의 훼방으로 수포로 돌아갔을 때, 그게 얼마나 쓰라리고 억울한가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해서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입에 한방 처맞을 때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도 '실패한 계획' 혹은 '계획의 허망함'에 대한 명언으로 꼽힌다. 

20세였던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1966~ )이 한창 때 한 말이다. 챔피언 벨트를 내놓을 때까지 19연속 KO를 포함, 36연승을 거두어 선배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못지않은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타이슨(생애 전적은 58전 50승 6패 2무효)의 이 말은 즉시 미국 사람들이 '계획(Plan)'을 말할 때 즐겨 인용하는 말이 되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계획에 관한 명언이 된 게 '기생충'의 인기 덕인 것처럼. 

타이슨은 은퇴 후 여러 해가 지나 한 기자가 "어떻게 이런 훌륭한 말씀을 남기게 됐냐?"고 묻자 "타이틀전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상대방은 이런 스타일로 치고 나올 거라는데 너는?' '그는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파고들 거라는데 어떻게 피할 거냐?' '알리처럼 춤추듯 스텝을 밟으면서 널 혼내주겠다는데 괜찮겠냐?' 따위를 물어오는 거라. 그때 내가 그랬지. '그딴 계획 암만 세워봐라. 입에 한 방만 맞으면 쥐새끼처럼 겁먹고 오들오들 떨 걸'이라고 한 거야."

   
▲ 문재인 대통령이 영부인과 함께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파안대소하며 청와대에서 오찬을 즐기고 있다. /사진=청와대

타이슨은 숱한 적수들을 무참하게 때려눕혀 그들의 계획이 헛된 것임을 밝혀주고, 권투선수로서 알리에 버금가는 찬사를 받았지만 1990년에 무명 선수였던 제임스 더글러스에게 10회 KO패를 당한다. 트레이닝을 게을리 해 둔해진 몸으로 링에 오른 게 이유였다고 한다. 이후 한 여성을 성폭행해 3년 징역을 살고 나와 링에 컴백, 옛 영광을 찾아 나섰으나 경기 도중 챔피언인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핵주먹' 대신 '핵이빨'이라는 별명을 얻고 사실상 은퇴 상태에 들어갔다. 몇 차례 복귀전을 치렀지만 패배만 거듭했다. 

타이슨은 이것 말고도 '명언'을 많이 내놓았다.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처럼 운율은 부족하지만 깊이 있는 '말씀'이 많아 알리를 '링 위의 시인'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철학자 타이슨'이라고 불리기도 한 그에게 누가 "당신 말 중 어떤 걸 제일 좋아하시오? '입에 한 방 맞으면 계획이고 뭐고 없을 걸', 그거요?"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니, '모든 사람에게 친구인 사람은 자기 자신의 적(A man that’s a friend of everyone is an enemy to himself)'이 제일 마음에 들어"라고 대답했다. 

타이슨의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친구인 사람은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라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를 살짝 바꾼 것이다. 

타이슨은 권투를 하면서 벌어들인 3억 달러, 약 3000억 원을 펑펑 써대다가 16년 만에 파산선고를 했다. 1년에 200억 원을 쓴 셈인데, 돈이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당신은 정말 좋은 친구야!"라는 말을 듣다가 빈털터리가 되자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자기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더 현명하게 돈 관리를 했더라면, 얻어먹으려고 가까운 체 하던 자들을 물리쳤더라면…" 이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다가 망하게 되자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아이구, 이 웬수야!"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한둘인가.   

그런데, 타이슨은 왜 "입에 한 방 맞으면"이라고 했을까? 눈도 있고, 턱도 있고, 코도 있는데, 왜 입을 콕 집어 거기를 때리겠다고 했을까? 생각도 실력도 없이 입부터 나불대는 게 미웠던 모양이다. 계획이랍시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는 '주둥이'부터 닥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모양이다.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그 '아가리'를 못 벌리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봉준호의 '기생충'에 관해 쓰려다 엉뚱하게 타이슨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 마음속으로 타이슨이 되어 한 방씩 호되게 갈겨 다시는 입을 못 놀리게끔 해주고 싶은 자들이 많아서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 정부 여당 사람들이다. 중국 우한서 들어온 바이러스를 제대로 못 막아 국민꼴,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이다. 더 말하자니 내 입이 먼저 아파온다.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