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스트트랙 본보기...제도적 장치로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전문가 "전문인력, 비용, 기준 등 다양한 환경 제반돼야"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사회·정치·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혼돈의 연속이다. 특히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위축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자영업자들은 생존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대한민국은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이 언제 우리 경제를 엄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 관련 규제 완화 및 개혁, 노동개혁 등 파격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리고 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미디어펜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 상황을 긴급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짚어 본다. <편집자주>

   
▲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제약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체 신약을 보유하지 못한 회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영업·마케팅에 제동이 걸리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 중 절반은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제약업계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의 4분의 1로 급감했다. 2위인 GC녹십자도 20% 줄었고 당기순손실을 냈다. JW중외제약은 적자 상태다.

수익성 악화는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에서 들여온 제품과 복제약(제네릭)을 위주로 실적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복제약은 최근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로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수입 제품도 판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판매수수료가 낮아지는 추세다. 자체개발 신약이 없는 회사들은 장사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저조한 수익성은 결국 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악순환 구조를 낳는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개발 역량이 위축되는 것은 결국 퇴화의 지름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신약개발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요건"이라며 "제약사들이 선순환구조로 들어설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선순환구조 마련 급선무...제도적 장치 뒷받침 돼야"

통상적으로 10여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대표적인 선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프로그램 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을 꼽는다.

FDA에는 신약 승인과정과 연관된 '패스트트랙'을 두고 있다. 이는 신약심사 과정이 아닌 승인신청 이전부터 개발사를 대상으로 신약 개발에 가속도를 낼수 있게 FDA가 적극 협조하는 제도다. 에이즈, 치매, 심장마비, 암, 우울증, 당뇨 등의 중증질환부터 희귀질환들이 패스트트랙 대상 치료제다. 또 기존 치료제 보다 효능이 뛰어나거나 부작용을 개선한 대체제 등도 포함된다.

패스트트랙 선정 개발사는 FDA와 사전 미팅을 수차례 거치면서 신약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설계, 적절한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 등 여러가지 사안을 의논하고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다. 또 부분별로 완성된 독성학자료 등으로 모은 신약승인신청 서류를 사전 제출 가능한 이점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임상2상이 끝나고 조건이 맞으면 '가속승인신청'을 내거나 임상3상 후 '우선심사요청'을 신청할 수 있다. 조양래 생물학 박사는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올리타'가 가속승인 트랙을 통해 임상2상 데이터만으로 조건부허가를 받은 바 있다"며 "패스트트랙 개발사로 선정되면 90% 이상은 우선심사요청에도 해당되는데, 10개월 걸리는 심사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는 패스트트랙과 같은 신속심사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긴급 상황에서 임상시험이 이뤄지는 치료목적 임상,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응급상황 사용신청이 있을 뿐이다. 

치료목적 임상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통해 비임상이 이미 해결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절차상 일반 임상보다는 기간이 짧긴 하지만 미국 FDA '가속심사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땐 그래도 속도가 더디다는 게 엽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 기동민 의원이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는 계류된 상태다"며 "도입된다면 산업계 입장에선 반길 수밖에 없다. 임상 진행을 비롯해서 신약이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에 보다 빨리 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환자 입장에선 필요한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약신청 건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 신약 승인을 검토하는 심사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패스트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인력 문제와 또 관련 비용 문제, 안전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약물접근성, 의약품의 안정성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적절한 접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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