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노조 집행부 마지막 승부수
올해 신차 XM3 흥행 기록 악영향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강성노조의 표본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노조의 강성화’를 의미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어서 올해 전략 신차 'XM3' 내수판매 흥행 및 수출물량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르노삼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을호 보인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9일 관련업꼐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지난 6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직으로 변경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는 기업별 노조면서도 민주노총 출신 간부들이 집행부를 장악한 특이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박종규 위원장은 지난 2011년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난 인물이다.

과거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가입 조합원을 늘려 교섭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무산되자 박종규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지회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결국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18년 말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현 집행부에 반감을 가진 조합원이 많아 금속노조 가입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기업별 노조가 산별노조(금속노조)에 가입하려면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미 노조 집행부의 신회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앞서 잦은 파업을 선언했지만 노조원의 70% 가량이 출근해 조업을 진행해 한 바 있다. 집행부의 주장이 노조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다. 

이에 최후의 수단으로 집행부가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움직임이 지금 진행 중인 임금 단체협상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임금협상이 해를 넘겨서까지 3개월째 미뤄지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금속노조 가입을 내밀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르노삼성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날부터 인도가 개시된 XM3의 인기 행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연봉 완성차 노조의 강성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회사 이미지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르노 본사로부터 XM3 수출물량을 배정받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도 크다. 르노 고위 임원들은 르노삼성의 잦은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XM3 수출물량 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던진 바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노조 가입 추진이 르노 본사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부터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물량 수탁생산계약이 중단되면서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연간 10만대의 물량을 상실하게 된 상태다.

XM3가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국내 판매목표(4만대)를 달성한다 해도 상실된 물량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수출이 좌절된다면 르노삼성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민노총에 가입하면 프랑스 르노 본사가 생산 물량을 배정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신뢰를 잃은 노조 집행부의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