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계파, 민주당은 '강화' 통합당은 '해체'
"여야만 바뀐 21대 총선, 똑같은 상황 재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15 총선이 3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분석해보면 민주당은 계파 색채가 짙어진 반면, 통합당은 계파의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20대 총선에서 여야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기준 민주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220곳의 후보를 확정했다. 전략공천 결정만 남은 강남병과 분구지역인 세종, 영남의 일부 추가 공모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민주당 공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친문 색채 강화’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전‧현직 친문 핵심 인사들이 본선으로 직행했으며, 인적쇄신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86그룹’도 거의 물갈이 없이 공천됐다. 이종걸·이석현·유승희 의원 등 비문 또는 계파색이 옅은 중도 성향 중진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문재인’을 내세운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도전자의 경우 불출마한 김의겸 전 대변인 등을 제외한 23명 중 현재까지 13명이 공천을 받았다.

통합당도 253개 지역구 가운데 140개 지역의 공천을 확정했다. 73곳은 경선이 예정되면서 수도권과 강원 일부, 호남 등을 제외하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통합당의 공천 결과 친박계가 대거 공천 배제(컷오프) 되면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현역 물갈이를 이뤄냈다. 또한 새로운보수당과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친박 탈피’가 현실화 됐다.

현재 통합당 지역구 현역의원 중 총 16명이 컷오프 됐다. 지역으로는 TK와 PK 지역 의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계파별로는 김재원 정책위의장,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6명이다. PK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컷오프 됐다.

친황계 인사들도 성적이 저조하다. 황교안 대표의 상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이진복 의원, 비서실장 출신인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한선교 전 사무총장, 최교일‧민경욱 의원,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우석 정무특보 등도 본선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황 대표를 총리 시절부터 보좌했던 이태용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경남 사천·남해·하동군에서 경선을 치른다.

새보수당과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중용됐다. 새보수당 출신인 오신환, 유의동, 지상욱 의원과 정태근, 구상찬, 민현주, 조해진 전 의원은 공천을 확정 받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이동섭‧김수민‧김삼화 의원도 본선 티켓을 확보했으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도 공천을 받았다.

양당의 공천 작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난 20대 총선의 ‘데쟈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20대 총선에서는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친박 색채를 강화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김종인’을 내세워 대규모 물갈이를 실행했다”면서 “지금은 여야가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흐름을 비슷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현 통합당)에 뒤쳐지던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봉착하자 ‘김종인’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쇄신 공천을 앞세우며 친노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 함께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시켰다.  

김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를 두고 ‘자의적 판단’, ‘관심법’ 등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결국 그는 총선 승리로 그간의 논란을 한방에 잠재웠다. ‘진박 공천’과 ‘옥새 들고 나르샤’ 등 당내 공천 파동을 극복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2당으로 전락했다. 김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면 정무적 판단인 거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느냐. 물어보지 마라”는 본인의 발언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21대 총선에서는 통합당이 과거 민주당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원칙과 기준을 모르겠다”는 당 안팎의 비판 속에서도 ‘물갈이’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딱 죽기 좋은 계절”이라는 본인의 발언을 점차 현실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김종인 대표에게 전권을 넘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와 마찬가지로 황교안 대표의 결단력도 크게 작용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권을 쥔 황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지만 황 대표는 “자유 우파가 추진하는 대통합 논의는 지분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진행해 온 것”이라며 이 같은 논란을 일축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공천을 통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라면서 “과거 민주당이 ‘김종인’이라는 카드를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통합당이 ‘김형오’를 통해서 ‘쇄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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