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에 대한 지배·조직 장악력 제대로 작동 안해 이원화

   
▲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KB금융 내분사태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지주회사와 은행으로 이원화된 금융지주체제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및 농협 등 금융지주들에서 은행이 절대적인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장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KB금융사태는 금융지주사가 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근본적으로는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회사체제에서 지주 회장과 행장의 선임에 관한 일관된 지배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내부 조직에 대한 장악력과 관련된 문제점과 관치금융으로 인해 성과보상체제가 확립되지 못한 것도 문제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의 구성이 과연 주주의 권리를 구현하는 수단인지가 불분명하다.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에 있는지 검토의 대상이다. 현재로서는 경영진이 이사회에 대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리스크관리의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이나 감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사회이사로서 상시적 세부 관리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또한 이사회의 의장과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기본적인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임직원 보상체제, 위험관리체제, 이사회의 기능, 그리고 주주 권리의 실현 구조 등의 지배구조의 주요한 관점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직원의 보상체제는 금융기관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도록 구축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실적으로 보상체제가 구축되었을 경우, 단기적 구조조정 및 자산 조정을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장기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상체제의 합리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사회는 이러한 보상체제 마련에 책임을 지고 합리적인 보상체제를 마련하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

해외지점의 심각한 사고가 내부 통제에 의해서 관리되고 각 종 투자결정의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위험관리는 형식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관리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적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에 의거하여 관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험관리가 비상임 사외이사의 책임으로 넘기기에는 너무도 중차대하기 때문에 상근이사의 관리가 필요하다.

지주사의 위험관리는 각 자회사들의 특성에 맞추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수행될 필요가 있으나, 자회사를 통제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자회사의 경영진에 의해서 막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략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지주회사가 전략에 따라서 내부통제, 위험요인의 식별, 정보 소통 및 모니터 등의 위험관리에 필요한 제반 수단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사회의 기능도 제고되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사회는 사고 발생 및 성과 미비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전임자로 구성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투명한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 사외이사와 함께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주들의 역할이다. 주주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견제하고 있다. 특히 주주들이 이해 상충관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문을 얻어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소유할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결권 행사의 합리성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옥상옥으로 평가하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개별 은행이 할 수 없는 위험관리 및 자산운용을 함으로써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와 역량이라면 다시 한 번 지주회사 체제를 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 글은 14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 공동으로 개최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양준모 연세대 교수 발표한 내용의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