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획된 군사 행보일까, 자존심 지킨 이목 끌기일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를 위로하는 친서를 보낸 지 5일 만인 9일 북한이 또다시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도착하기 전날인 3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청와대를 저능하다고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고, 북한은 이보다 하루 전날인 2일에도 초대형방사포를 비롯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시도된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작년 말 북한이 위협한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주목받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의혹을 낳고 있듯이 대남 비난과 친서로 냉온탕을 오간 북한의 의도가 시선 끌기에 성공한 셈이다.

북한의 잇단 초대형방사포 발사는 연속 타격 능력을 올리는 시험으로 실전배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훈련 차원일 수 있다.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며 김 위원장이 “훈련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면서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작전동원 준비 상태가 완벽한데 대하여 높이 치하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600㎜급 초대형 방사포 3발을 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발사체의 비행 거리는 최대 200㎞, 고도는 최고 약 50㎞로 탐지됐으며, 발사체 3발의 발사 간격은 약 20초에서 1분 정도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 간격이 각각 20초와 1분 이상으로 파악됐다”며 “초대형방사포는 4개 발사관이 한 묶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20초 간격으로 1번과 2번이 발사되고, 3번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 다시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밝혔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훈련에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라는 방식을 더해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김여정 담화에 이어 7일 외무성 담화를 발표하고 자신들의 통상 훈련을 문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결의 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훈련에 대해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도 간섭하지 말라는 의사를 반복하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일종의 길들이기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무력화를 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 1부부장이 대남 비난 담화를 낸 뒤 북한이 두 번째 초대형방사포 발사하자 청와대가 사실상 톤 다운해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첫 번째 발사체 발사 때 청와대는 “중단 촉구” 입장을 냈지만 두 번째 발사 때에는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 안된다”로 그쳤다.   
   
통일부도 10일 북한이 최근 잇따라 ‘화력 타격 훈련’ 등을 진행한 데 대해 “대내적으로 국방역량 및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심 유도 및 태도 변화 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의 최근 대남 비난은 공식 매체보다 대외 선전 매체를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남북 문제 해결에 있어서 외세(미국) 의존을 배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우리정부의 북미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배격한다는 것을 재학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북한은 남한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하고 남북 대화에도 문을 닫아걸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교착 상태 와중에 평창올림픽 때 일종의 ‘평화 특사’ 역할을 했던 김여정이 직접 담화를 냈으니 최소한 문재인정부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여정의 담화 역시 기존 북한의 성명과 다르지 않아 막말로 점철된 것은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줄곧 거친 말로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지만 이 방식이 국제사회에서까지 통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유엔 대북제재 와중에도 북한 개별관광과 남북 방역협력을 추진하는 남한정부가 국제사회를 설득할 명분을 떨어뜨리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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