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정당 교통정리, 진보정당 참여, 의석수 배분 등 고민
이해찬 "소수정당 후보에게 앞순위 배려, 원내진출 돕겠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이제 참여는 시간문제가 됐다. 4‧15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이 가시화됐지만 아직까지 과제는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당 외부에서 창당된 ‘플랫폼 정당’ 간 교통 정리다. 현재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창당한 ‘열린민주당’과 사회 원로‧시민단체들이 이끄는 ‘정치개혁연합’, 최배근‧우희종 교수가 주축이 된 ‘시민의 위하여’ 등이 대표적이다.

일단 정치개혁연합은 오는 15일 중앙당을 창당할 예정이며, 열린민주당과 시민을 위하여는 이미 중앙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으로써는 이들 각각의 정당을 하나로 묶어 플랫폼을 단일화하는 게 과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미 1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열린민주당’이라는 당명도 민주당과의 연관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 다만 공천배제 당한 정봉주 전 의원과의 관계를 매듭지어야 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가 6일 국회에서 이해찬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 10일 공개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저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요청을 해올지를 우리는 모른다”면서 “목표가 같기 때문에 항상 열어놓고 같이 논의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당과 정의당의 참여 여부도 과제다. 민생당은 김정화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계 인사들은 반대입장이지만, 유성엽 공동대표 등 대안신당계와 박주현 공동대표 등 민주평화당계는 참여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의당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절대 참여 불가’ 방침을 내세운 심상정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엇박자를 냈지만 결국 전국위 결의문을 통해 ‘비례연합정당 불참’ 방침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민주당 의원 간 충돌도 발생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난국을 초래한 데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지만 정의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심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송 의원은 이어 “(정의당은) 보수 반동을 불러온 제도를 불러온 '심상정의 부실상정'에 대해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면서 “오로지 자신들 당의 의석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먼저 짚어둬야 할 것은 현행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이를 두고 부실상정을 운운하는 것은 함께 판 우물에 침을 뱉는 행동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집권여당의 중진 정치인이다. 진정 승리를 원한다면 무게감 없는 막말을 접어두고 원칙을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민생당‧정의당의 엇갈린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민주당 단독으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비례의석을 독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비례연합정당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전락하게 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019년 12월 3일 국회 본청 중앙계단에서 패스트트랙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정의당 제공

비례대표 순번도 큰 과제다. 순번에 따라 각 당으로 복귀하게 될 비례대표 의석수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자당 비례대표 후보를 후순위로 비례연합정당에 보내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순번을 두고 나머지 정당들이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석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고 앞순위는 소수정당에 배정하고 뒷순위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의 목적은 (선거법) 취지를 살리고 반칙과 편법을 저지르는 통합당 응징"이라면서 "소수정당 후보에 앞순위를 배려, 소수 개혁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당 비례대표 후보를 후순위로 보내되 당선권에는 7명정도 배치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비례때표 의석에서 7석정도를 배정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에서는 비례의석을 하나도 안 가져도 좋다. 이것도 지금 민주당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그러한 문제는 참여하는 당 대표들이 모여서 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 현재 우리가 얼마 갖겠다, 이런 얘기를 하면 비례연합정당은 디테일에 악마가 있기 때문에 출범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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