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남아있던 작은 단서 하나가 영원히 묻힐 뻔한 '청부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피의자들은 7개월 만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 및 살인교사, 살인예비 등 혐의로 조선족 50살 김모 씨와 건설업체 사장 54살 이모 씨, 브로커 58살 이모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강서경찰에서 따르면 지난 2006년 7월 K건설업체와 S건설업체는 경기 수원 지역 일대의 신축 아파트 현장 토지 매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부 토지가 매입되지 않아 공사에 차질을 빚게 되자 K건설업체 사장 경모(59)씨는 S건설업체 사장 이모(54)씨에게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이씨는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낸 지인 2명과 토지 매입 작업 용역계약을 다시 체결한 뒤 지난 2010년 8월 수원지법에 '토지 매입 대금 5억 원을 K건설업체가 지불하기로 약정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해 K건설업체가 법원에 공탁해 놓은 5억 원을 받았다.

   
▲ 사진/방송캡처
이에 경씨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 항소했고, 법원은 경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씨는 이미 받은 5억 원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등을 허위 이전하는 등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갈등을 빚던 양측은 서로 고소·고발을 일삼는 등 5년 가까이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때부터 이들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앙금이 생겼고, 이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소송에 시달리던 이씨는 지난 2012년 4월 자신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으로 고소한 K건설업체 소송 담당 직원 홍모(40)씨에게 접근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지만 넘어오지 않자 화가 치민 이씨는 홍씨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낸 수원지역 세계 무에타이·킥복싱 연맹 이사 이모(58)씨에게 홍씨를 살해할 것을 청탁했다. 이에 이모 이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선족 김모(48)씨에게 40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살인을 청부했다.

하지만 홍씨가 회사를 퇴사하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할 대상자를 경씨로 바꿨다. 결국 김씨는 4개월간 경씨 주위를 배회하다 지난 3월20일 오후 7시20분께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경씨에게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살해한 뒤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 초기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나 단서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현장 주변을 배회하는 김씨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신장계측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걸음걸이 분석 ▲법영상분석소·민긴기관 동일인 감정 등을 의뢰해 동일인임을 확인한 뒤 곧바로 김씨를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한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시인했으나 교사범 이씨와 브로커 이씨는 모두 혐의를 전면 또는 일부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