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국 수입규제 207건…신흥국 비중 67.1%
철강·석유화학에 집중…"특단의 대책 필요한 시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의 양과 질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한국 제품 수입을 규제하고 있거나 규제 전 조사 중인 경우는 20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남방국가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및 중동 등 신흥국의 비중은 67.1%(139건)으로, 선진국(32.9%·68건)의 2배 이상 많았다. 또 지난해 수입규제 조사를 신규로 개시한 41건 중 신흥국은 82.9%(34건)으로, 선진국(17.1%·5건)의 5배에 달했다.

EAEU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키르키즈스탄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정부는 올해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국가들과 양자·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벨트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카자스흐탄 방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규제 증가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브루나이로 출국하기 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특히 인도가 SBR 고무, 스테인리스 압연강판, 폴리부타디엔 고무, 갈바늄 도금강판과 관련해 12건의 신규 조사를 개시하는 등 수입규제를 공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는 2010년 한국과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했으나, 자동차 내장용 합성고무 수출시 무관세 혜택을 받는 일본과 달리 수입관세가 부과되는 등 차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CEPA에 따른 양자 세이프가드를 활용하고 있을 뿐더러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하는 등 다각적인 조치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 무역구제총국의 활성화 조치가 영향을 끼쳤으며, 당분간 수입규제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과 CEPA 최종 타결에 이른 인도네시아 역시 증발기·직물·과당시럽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하는 등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선진국·신흥국 대한국 수입규제 조사개시 추이/사진=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보고서에서도 인도의 대한국 수입규제는 32건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터키(15)와 인도네시아(8건)도 상위권에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들 국가들이 철강·석유화학 등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한국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인도발 수입규제의 상당수는 화학제품에 집중됐으며, EAEU는 용접 스테인리스관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도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쳤으나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고조되면서 이들 지역에서도 규제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책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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