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전말 공개하며 남측에 책임 전가...정부 "약속 이행해야"

북한이 16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전후 상황을 공개하면서 합의안 도출 실패를 놓고 우리 측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2차 남북 고위급접촉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리정부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며 북측에 고위급접촉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후 '북남관계개선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부당한 처사의 진상을 밝힌다'란 제목의 공개보도에서 "이번 긴급접촉은 서남해상에서 발생한 총격전과 전연일대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공화국 삐라살포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우리의 진정에 의해 마련된 책임적인 자리였다"며 "너무나도 힘겹게 마련된 긴급접촉이었지만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무산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류제승(오른쪽) 국방부 정책실장 15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회담'에서 북측 대표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통신은 "남조선당국은 긴급접촉이 끝나기도 전에 진행상황을 언론에 공개해댔는가 하면 심지어 북방한계선의 그 무슨 정당성이 다시금 확증된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는 비열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남침과 이어진 함정 간 교전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전통문에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할 목적으로 귀하와의 긴급단독접촉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우리 측이 긴급 접촉제안을 거부했다면서 8일 오전 1시23분 재차 보낸 전통문에서 "귀하의 무례 무성의한 입장을 놓고 이미 합의한 고위급접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심사숙고해 긴급접촉제의에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금 정중히 권고하게 된다. 접촉날짜와 장소는 귀측의 선택에 맡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 측이 답을 하지 않자 북한은 10일 오전 7시10분께 전통문을 보내 "11일 오전 10시까지 귀측의 입장표명이 없다면 우리는 온 겨레의 단합된 힘으로 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부득불 각서내용을 포함해 지금까지 취해온 성의 있는 모든 조치들을 그대로 세상에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1시간가량 뒤인 오전 8시25분께 긴급접촉요구에 응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15일 긴급접촉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5일 긴급접촉 당일 상황도 세세히 공개했다.

특히 군사회담 비공개 이유를 놓고 북한은 우리정부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앞서 우리정부는 양측 합의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지만 북한은 이날 "우리 측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높은 뜻을 받들어 마련된 것인 만큼 (회담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남측은 머뭇거리며 저들끼리 수군덕거리더니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해 나섰다"며 자신들의 공개 요구를 우리 측이 묵살했다고 항변했다.

북한은 또 "오후 접촉이 시작되자 남측은 먼저 오늘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북남긴급접촉이 벌써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고 하면서 서해해상 총격전과 전단 살포 문제를 취급했다는 것을 보도하자고 했다. 이번 북남긴급접촉을 전부 공개하자고 한 우리의 요구에 불응해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던 남측의 돌변한 태도였다"며 우리 측의 태도 변화를 문제 삼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긴급접촉 시 북측 대표단의 요구사항은 ▲쌍방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서남해상의 예민한 수역, 예민한 선을 넘지 않도록 대책한다 ▲쌍방은 고의적인 적대행위가 아닌 이상 절대로 선불질을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쌍방은 충돌을 야기할 수 있게 규제된 현 교전규칙을 수정한다 ▲쌍방은 불의적이며 복잡한 정황이라 하여도 대화와 접촉을 통해 해결한다 ▲불법어선단속을 위해 행동하는 쌍방함정들이 약속된 표식을 달고 있을 수 있는 우발적인 총격을 미리 막는다 등이었다.

그럼에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과 관련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우리 측은 이번 접촉에서 남측의 무례 무도한 처사와 고의적인 도발에도 불구하고 최대의 인내와 아량을 표시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조건에서 2차 고위급접촉의 전도가 위태롭게 됐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북남관계개선이 진정이라면 우리 제안에 속히 응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는 '북, 군사당국자접촉 공개 관련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국방부는 "북측은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를 통해 어제 개최된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관련 내용을 왜곡해 공개했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회담 공개 문제와 관련, "당초 북측이 7일 통지문을 통해 서해상에서의 교전과 관련해 긴급단독접촉을 제의하면서 김영철이 특사로 나올 것이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의 판문점 접촉을 제안했다"며 "이에 우리 측은 당일 전통문을 보내 북방한계선 존중·준수 필요성과 함께 관련사항은 고위급접촉 또는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북측이 8일 긴급접촉제의를 다시금 제안함에 따라 (우리 측은) 15일 비공개 군사당국자접촉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서 회담이 성사됐다"면서 "북측도 14일 대표단 명단 통보 시 비공개 접촉임을 명시해 통보해왔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정부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예정대로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