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신규상장(IPO) 일정을 연기‧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적정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리라는 계산과 함께 ‘대어급’ 기업들조차 상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증시 부진이 IPO 시장의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부진한 상황이라 상장준비 기업들로선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지난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입성한 엔피디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인 5400원의 절반 수준인 278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12일 입성한 플레이디 역시 공모가인 8500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을 겨우 넘는 4500원선에서 주가가 등락 중이다. 이밖에도 이번 달 상장한 서울바이오시스, 제이앤티씨,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등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 대비 4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 2월에 상장한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0일 코스닥에 입성한 서남의 주가 역시 공모가 3100원 대비 50% 가까이 주저앉은 상태다. 그나마 지난달 28일 상장한 레몬의 경우 공모가(7200원) 대비 40% 가까이 급등한 1만500원 대에서 주가가 형성됐다. 단, 이 업체는 방역마스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수혜주’로 분류됐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IPO 시장의 이 같은 침체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작년과 다른 분위기’를 전망케 하던 분위기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IPO 공모금액을 4조원 이상으로 예상했었다. 이른바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한 상장 기업도 많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2월까지 상장된 7개 기업의 공모금액만 해도 810억원 수준으로 예년에 못 미쳤는데 그나마 상장 일정을 철회·연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LS그룹 계열사인 LS EV 코리아, 메타넷엠플랫폼, 센코어테크 등은 상장절차를 밟는 도중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최근 주식시장 급락에 따라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는 게 회사들의 입장이다. 코넥스 시가총액 3위 바이오기업 노브메타파마 역시 수요예측 결과가 너무 나빠 이달 하순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IPO 시장 전체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던 ‘대어급’ 회사들의 IPO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의 경우 SK바이오팜, 호텔롯데,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그리고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상장 기업들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시점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증시가 부진할 뿐 아니라 기업설명회 등이 온라인 전환 혹은 취소되는 사례가 많아 앞으로도 신규상장 시장의 흥행을 장담하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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