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합 "한진그룹, 경영진 총체적 경영 실패로 위기에 빠져"
한진그룹 "KCGI, 차익실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
"대한항공, 악재 연속 경영환경에도 항공사 유일 흑자 기록"
양측, 우호지분 늘려와…반도건설, 의결권 제한돼 조원태 회장 승기 평가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사진=한진그룹·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결정지을 한진칼·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현 한진그룹 경영진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간 기싸움도 날이 갈 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향배를 결정지을 한진칼·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가 각각 오는 27일 개최된다. 현재까지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반박자료를 내고 있고, 많게는 하루에 2~3개씩 보도자료를 내는 등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을 위시한 현 경영진이 3일 뒤에 있을 주주총회에 목을 매는 이유는 경영권 방어 때문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밀릴 경우 그룹의 주인이 사실상 사모펀드 KCGI로 바뀌게 된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달 20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주축을 이루는 주주연합은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진그룹은 총체적 경영 실패로 위기에 빠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조원태 회장 등을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오너 중심 경영 △상명하복 △사적·감성적·독단적 경영 스타일을 꼽았다.

주주연합은 "사심이 개입하면 경영은 산으로 가기 마련이며, 주주가 꼭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후진적"이라며 "이사회가 중심이 되고 공적·이성적·투명한 한진칼 경영을 추구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 간담회였다"고 맹비난을 쏟아내며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 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평가했다.

또 실제 주주연합은 경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바로 이것이 사실상 경영참여임과 동시에 복귀"라며 "해외 금융⋅투기세력들이 기업 경영권을 침탈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게 진행돼 왔고, 조현아 연합의 주장은 사실상 시장과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한 주주연합이 제안한 전문경영인 후보들에 대해서도 이사 요건인 전문성·독립성·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항공 전문가로 조원태 회장·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우기홍 대표이사·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잇달아 소집하고 새 이사진 후보를 대거 공개했다.

한진칼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박영석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이사·최윤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 변호사를, 대한항공은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조명현 고려대 교수·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인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 경영진이 실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홍콩사태, 코로나19 등 항공수요 악재가 잇따르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한항공은 국내 전 항공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낸 회사다.

양측은 우호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하고 조원태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18.3%를 보유하고 있고, 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대한항공 사우회·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미국 델타항공·카카오 등 조 회장의 편에 선 것으로 평가되는 지분까지 합치면 그 비율은 41.24% 수준으로 계산된다.

주주연합도 이에 질세라 추매를 이어가고 있다. KCGI 17.68%, 반도건설 13.3%, 조현아 전 부사장 6.49% 등 연합 측 지분율은 37.47%로 집계된다. 그러나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9년 12월 31일 기준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의 한진칼 지분 8.28% 중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가 불가하다"고 판시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주주연합 측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은 29.17%로 쪼그라들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KCGI는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의 소속을 문제삼고 있다. 항공대학교가 한진칼 주주인 정석인하학원 소속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크고, 아무래도 조원태 회장 편을 들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이에 허희영 교수는 "최근까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를 비판한 칼럼을 내며 인터뷰 및 토론에 응한 바는 있으나 조 회장을 지지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허 교수는 "대학 교수의 활동은 소속 재단으로부터 일체의 교육·연구·사회활동에 대해 활동을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한진그룹 내 재단 및 대한항공과의 이해관계가 있을 법한 연구과제·컨설팅·경영자문 등을 수행한 사실 조차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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