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 7~8월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전 세계를 신음에 빠트린 코로나19가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축제를 사상 최초로 1년 연기시킨 것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4일 "선수들의 건강과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올림픽 연기를 건의해 IOC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췄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올림픽 연기' 여론을 일본 정부나 IOC가 외면할 수 없어 내려진 결정이다.

   
▲ 사진=2020 도쿄올림픽 엠블럼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2021년으로 올림픽 개최가 넘어갔지만 명칭은 그대로 '2020 도쿄올림픽'으로 대회를 치르게 된다는 것. 예정대로 내년 여름쯤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면 경기장 곳곳에서, TV 중계 화면에서 '2020 도쿄올림픽' 문구를 보게 될 전망이다.

왜 2021년 열리는 올림픽을 2021 도쿄올림픽이라 표시하고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올림픽 연기 결정으로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 전문가들은 1년 연기로 인한 추가 비용으로 약 3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 수입 감소 등 경제적 손실까지 더하면 7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면, '2020'의 재활용이 필요하다. 일본 전역에는 올림픽의 해를 맞이하여 '2020 도쿄올림픽'을 내세운 시설이나 조형물이 넘쳐난다. '방사능 올림픽'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일본 정부는 친환경을 강조하며 올림픽 메달도 폐가전제품이나 폐스마트폰 금속을 재활용해 5000여 개를 제작했다. 각종 기념품, 인쇄물에도 '2020 도쿄올림픽'이라고 찍힌 것이 부지기수다.

   
▲ 2020 도쿄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된 금, 은메달. 현재 세트가 23만1000엔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JOC 홈페이지


그런데 공식적으로 대회 명칭을 '2021 도쿄올림픽'으로 바꾸면 모든 시설, 조형물, 메달, 기념품, 인쇄물을 전부 새로 제작해야 한다.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원래 2020 도쿄올림픽이었으니 그대로 명칭을 사용한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2021 올림픽으로 명칭을 변경하지 못할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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